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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Sep 30. 2022

호기심은 나의 힘

호기심을 소중히



한동안 지루하고 고된 일상이 지속되었다. 마음도 몸도 지칠 뿐 도무지 힘이 나질 않았다. 가혹한 무더위 탓이 60이라면, 40 정도는 메마른 나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재미있는 게 없어진 일상이라면 누구나 급속도로 시들고, 노화되기 마련-

지난달 말부터 더위가 사그라들면서 나의 마음도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는데 그 덕분에 다시 책도 읽고 운동할 의욕도 들고 모든 것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난여름은 내게 너무 했어.”라는 말이 자꾸 올라오는 요즘이다.

​가을의 찬란한 날씨에 가게와 집에만 갇혀 있기에는 죄스러워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 나들이를 했다.

자주 오면 좋으련만 후다닥 내가 읽고 싶고 필요한 책만 찾아서 오기 바쁘니 아이를 데리고 오려면 나름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귀여운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마음을 끄는 제목과 표지를 찾아다니는 아이를 보니 선택에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스킬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역시나 올 때마다 드는 다짐은 ‘가급적 자주 데려 오자.’ 선택할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한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나는 일본 여성작가의 에세이를 즐겨 보는 편인데 오늘도 85세의 여성 작가가 쓴 에세이와 역시 노년에 에세이를 출간한 작가의 책을 빌려왔다. 어떻게 늙을 것인가? 에 늘 궁금함을 갖고 있는 나는 지혜롭게 나이 들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방법들을 읽는 것이 참 흥미롭다. 매번 비슷한 주제와 목차를 찾아 읽으면서 생각을 다진다.


아이가 책을 신중히 고르는 동안 책을 들춘다. 가장 눈에 띄는 낱말은 ‘호기심’-


아 나의 지루함은 호기심의 부재에서 일어난 일이었어! 취미 부자로 살면서 늘 호기심과 작은 행동력을 실천해 왔던 삶 속에서 ‘이것을 해서 무엇하리’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취미 따위’라는 늙은 마음이 스며서 참 재미없는 분기를 지나왔구나. 호기심은 나의 가장 큰 재능이자 힘이었거늘 내가 그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사이에 슥- 빠져나갔었구나.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정말 책은 나에게 호기심을 불어넣어주고 행동하게 만들며 더 공부하게 해 준다. 시작과 끝에 또 그 과정의 길에 책이 함께 하면 지치지 않고 쭉 나아갈 수 있다.


책=호기심 또 호기심=책이라는 선순환 속에서 행동력을 함께 갖추면 무적이다.

물론 적은 늘 나 자신이긴 하다. 집중해서 책을 들추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유아책 코너에서 책을 읽어주는 아기 엄마의 목소리가 자꾸 주의를 흩트렸다. 살짝 분노가 일정도로 본인 육아에 심취한 하이톤의 목소리를 굳이 깨고 싶지는 않고, 어린아이들은 그 목소리를 배경 삼아도 충분히 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나만 살짝 자리를 뜨면 크게 문제 될 건 없을 것 같았다.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을 나와 한없이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을 마주하니 그냥 집에 돌아가 일을 시작하기가 아까웠다. 그대로 차를 몰아 홍차 가게 근처에 주차를 하고 향긋한 홍차와 밀크티, 스콘 두 개를 시켰다. 당연히 소금이 가미된 버터와 딸기잼도 함께-


예쁜 식기들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지나다니며 본 이 가게를 궁금해하지 않았더라면 이 맛을 알 길이 없었겠지? 매일 하던 것만 하는 건 너무 재미없어 나에게는-“


태생이 호기심 덩어리인 내가 나이가 들수록 그 호기심을 더 발동시켜 재미나게 살아가야겠다고 침대 밑을 청소하다 아끼던 귀걸이 한 짝을 찾은 사람처럼 소중히 ‘호기심’을 집어 들어 다시 귀에 걸었다. 감정도, 기분도 아끼는 사람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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