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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Oct 25. 2022

비터 앤 스윗

소주의맛



강변역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를 마신다.


인생의 맛이 고스란히 담긴 소주는 쓰고도 달았다. 커피의 맛을 알게 되는 것이 성년이라면 소주의 맛을 알게 되는 것은 어른의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드디어 소주의 쓴맛뿐이 아닌 단맛도 알게 된 것 같았다. 유난히 다디단 소주의 뒷맛을 느끼며 마음까지 온화해지는 포장마차 안에 들어앉아 있으니 그날 하루의 고됨이 스르르 풀린다.


소주가 두 병 때 들어가기 시작하고, 깊은 마음에서 끌어 올려지는 얘기를 나눈다.

​지난 며칠,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던 풀리지 않던 문제들, 또 이기적인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중요해서 타인의 권리와 자유까지 침해하는 이기심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자의식 과잉인 사람, 타인에게 공감을 전혀 못하는 사람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말이 좋아 이야기라고 하지 사실은 험담이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는데 바로 앞에서는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못했던 일들에 대한 찝찝함을 풀어내는 것이 참을 수 없고, 어쩔 수 없는 해소의 방법이 된다.


다음에 또 그런 일들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해야 마음의 앙금이 생기지 않는지 연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그래서 험담은 자연스러운 소통의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하는 것을 전해 듣는다 해도 전하는 사람의 의도를 생각해 보고 전해지는 말들에서 나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서 조심하려고 하는 편이다.


결국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로 이야기는 종착지에 다다랐다.

그것을 대하는 내 마음이 넓어지거나, 기분 나쁜 상황을 피하는 방법들을 고안해 낸다.

마법처럼 깊은 얘기를 끌어 내주는 소주의 맛이 좋아지는 나이가 되어가니 하루의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밖에서 풀어내고 집에 돌아가려는 그들의 모습이 애틋하게 보인다.

종일 살아내려고 부단히 노력하며 부딪치는 감정들을 벗어나려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여기 이렇게 앉아 있구나. 싶어진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두가 안쓰러운 존재들-


어느 순간, 나를 화나게 했던 일들도 소주에 녹아 저편의 기억으로 흘러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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