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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Nov 03. 2022

나의 작은 골목시장


자정이 넘은 시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골목시장으로 이어져있다.


어린 시절 수없이 지나던 길이지만 나이가 들어 보이는 풍경은 어린 시절의 그것과 다르다.


고된 하루가 그대로 남겨져 있는 황량한 밤중의 시장을 지나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고는 한다.


일에 지친 상인들의 표정과 몇몇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는 상점들을 지나 오면 웃음기 없는 삶에 대한 선명한 현실이 그대로 보인다. 대를 이어 장사를 한다는 것은 노동의 세습을 의미하기도 하다. 계급의 허들을 넘지 못한 아쉬운 청춘의 기회들이 스쳐 지나가고 피곤에 지친 삶만이 남은 것 같아 보인다. 나 역시도 부모의 품으로 다시 파고들어 그 노동을 이어받아 하고 있으니 내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게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젊은 날에는 무엇인가 그냥 될 것만 같은 청운의 꿈이 있었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저절로 삶은 나아질 것만 같았던 그저 희망만 가득한 시기가 있었다.


사십이 되고 나니 어린 시절 뛰어놀던 나의 이 골목시장의 풍경은 활기찬 모습 대신에 지친 하루의 쓸쓸함만 가득해 보인다. 어둑어둑한 밤길을 작은 불빛들에 의존해 걸으며 이곳에 돌아온 나를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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