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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Nov 16. 2022

잊혀질 것들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이유



초등학교 3학년 아이와 여행을 가는데 아이가 커서 기억을 할까요?


라는 질문이 카페에 올라왔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떤 마음이었더라… 떠올려 보니 까맣게 색칠한 듯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고 일곱 살 즈음, 1학년 때, 4학년 때의 일들만 조각조각 단편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심지어 20년 전의 일도 가물가물해졌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생생한 기억은 사라지고 분명히 많이 왜곡되고 변형되었을 감정들만 작게 쪼개져 남아있었다.

돌이켜 보니 한때는 나를 옭아매던 과거의 슬프고 아찔하고 후회되고 부끄러웠던 감정들, 또는 환희로 가득 찼던 기쁨 모두 10년, 20년을 단위로 쪼개져 흩어지고 말았었다.

그러면 지금 나를 괴롭게 하는 과거의 사건들도 언젠가는 흩어져 부스러기만 남게 되지 않을까.

애써 외면하고 싶기도 하고 후회 속에 파묻혀 슬퍼하던 날들이 어차피 어느 순간에는 기억의 저장 공간 부족으로 튕겨져 나갈 일이라는 것을 - 알게 되니 홀가분해진다.

내가 아무리 사진을 찍어 남긴다 해도 기억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몇 년 전의 일로 우울해한다고 한들 그건 아무 의미 없는지도 모른다.

나의 의지와 달리 시간을 빨리 흐르고 있고 나의 기억에 담은 것들도 땅에 물이 스며들 듯 잊혀 간다.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 망각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나니 연연해 할 것이 없다고 -

지금 이 순간만 살아도 충분하다고- 재빨리 마음을 들어 이 순간으로 옮겨 둔다.

아무리 행복했던 순간일지라도 지나가고 잊힌 것들 일뿐- 내가 마주하고 있는 오늘을 축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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