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모든 사람도 태도
빨간색 니트 상의를 입은 예쁜 아가씨가 왔다. 이십 대 특유의 발랄한 기운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지는 분위기의 밝은 얼굴이었다. 그 일행의 술자리가 무르익고 갑자기 여자는 (이제부터는 아가씨가 아닌 그 여자가 돼버림) 큰 소리로 소리쳐 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모든 자리뿐만 아니라 가게가 떠나갈 정도로 소리를 지르듯 불렀다. 처음에는 흥에 겨워 저렇겠지 하고 말았다.
잠시 후 다시 소리를 지르는 그녀를 보자 오만전이 떨어지고 세상에 그런 추녀가 따로 없었다.
그렇더니 이번에는 화장실에 남자친구를 데리고 들어간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두 번째 그렇게 화장실에 남자친구를 끌어가는 그 여자를 보고 있으니 모두가 그녀의 안하무인 태도에 식겁을 한다.
다시 한번 그렇면 주의를 줘야겠다고 마음먹고 기다리니 갈 때가 되었는지 여전히 큰 목소리로 계산을 하고 남자친구에게 까불면서 데리고 나간다. 그저 그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한지 남자친구는 허허 실실- 쓸개 빠진 놈아!라는 말이 튀어나올 듯 목구멍 언저리에 차오른다.
식당에서 일을 하면 사람들의 본 모습- 격이 없는 태도를 쉽게 접한다. 모든 서비스 업종이 비슷한 기 빨림을 경험할 터 -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면서 기가 차고 어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머리와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미인에 대한 기준은 크게 변했다.
외모로만 판단하던 미인에 대한 기준은 이제 제대로 사람 볼 줄 아는 눈으로 바뀌었다.
20대에 나는 다소 예의 없고 매너 없는 편에 속했노라고 고백한다. 시크하고 건방지고 할 말은 다 하는 (그게 무식한 것인지 몰랐다.) 캐릭터로 살면서 거칠 것이 없이 내 마음대로 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의 이십 대의 아름다움은 상당 부분 많이 퇴색되어 보이고 빛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미인의 기준을 온화한 말투와 매너, 예의에서 찾는다.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라 할지라도 몸에서 배어 나오는 아름다움은 감출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에게 빠져들고 진정한 미인이라는 인상을 받고 점차 내 눈은 그녀의 얼굴과 몸짓이 너무 예쁘게 느껴진다. 시큰둥하게 자신을 대접해 주길 기다리거나 너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여자는 추녀에 가깝다. 남을 배려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차근차근 얘기하는 여자를 보면 저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어쩜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외모도 아름다운데 차분하게 빛이 나는 젊은 여자를 보면 보석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 외모의 디테일에도 눈이 가기 시작했다. 단정한 옷차림 - 자신에게 어울리게 꾸민 감각, 섬세한 손끝과 발끝, 가지런하게 정돈된 눈썹, 튀지 않으면서 은은하게 빛나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마흔이 넘어서야 사람 보는 눈이 생겨난 것이다. 또 화려한 미인이어도 태도가 바르면 다시 보게 된다.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태도가 어울릴 법한 화려함인데 미소가 순수하다면 성형을 많이 한 얼굴이라 할지라도 밉지가 않다. 그리고 성형미인에 대한 오해도 많이 풀렸다. 누가 봐도 인공적인 손길이 닿은 얼굴이지만 순둥순둥한 태도라면 오케이.
결국 나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주느냐가 미인인지 아닌지를 정하는 것이다.
물론 그 태도는 모두에게 마찬가지일 테니 미인은 태도라는 말이 정설이 될 듯하다.
그래,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나이 든 다는 것- 미인으로 나이 든 다는 것-의 관건은 역시나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