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나는 술을 잘 못 마셔서 이기지 못하는 술을 마시고 나면 며칠씩 드러눕는 것은 예사, 엄청난 두통과 복통에 시달려왔었다. 삼십 대까지도 그랬으니 술은 내 인생에 그다지 끼어들 틈이 없었고 즐기지도 않았었는데! 사십이 넘은 지금은 하루 걸러 하루 술을 즐길 정도로 애주가가 되어 버렸다.
여름날이면 오렌지 주스에 말리부를 양껏 부어 진한 말리부 오렌지를 마시며 오후 시간을 버티고, 저녁에는 차가운 쇼비뇽 블랑을 마시는 걸 좋아한다. 안주에 따라 소주나 맥주도 즐기는 편이고 더운 날에는 맥주 없이 버티기가 쉽지 않다. 겨울날이 오면 상온에 놓아둔 레드와인 한 잔을 마시며 잠드는 것이 낙인데 주말이면 여러 잔 혹은 한 병 이상 마시기도 한다. 올해부터는 특히 소주에 맛이 들려 소주가 정말 많은 안주와 어울린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게 소주만큼 숙취가 없는 술도 또 없다는 사실과. 어제도 마가리타 한 잔을 시작으로 깜빠리 토닉, 맥주 두어 잔을 마셨다.
휴일이면 여지없이 취하게 되는데 이쯤 되니 지난번 술을 좀 줄이자는 글이 무안해져 버린다.
여름에는 더워서 겨울에는 추워서, 봄 가을에는 날씨가 좋아서 술을 부른다.
어린 시절에는 몰랐던 술이 주는 위안이 필요한 나이가 되면서 술은 나의 인생에서 뗄 수 없는 요소가 되어버린 듯하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크게 웃고, 설레고 즐거웠던 날들은 가고 술의 힘으로 젊음을 소환한다. 솔직해지며 대담해지는 기분에 취해 한 잔, 음식이 마법처럼 맛있어지는 맛에 또 한 잔, 술의 잔은 그다음 잔을 부르고 부르며 인생의 맛을 알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