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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Nov 22. 2022

꿈에서 나는 작다.


한동안 꾸지 않았던 꿈을, 깨고 나면 흩어졌던 꿈을- 요즈음 들어 자주 꾼다.

비교적 생생하게 남아 있는 꿈을 깨트리며 잠에서 깨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다. 미처 맺지 못했던 아쉬운 일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슬프고 아쉽고 또 애틋한 감정으로 일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마음은 꿈에서도 이어진다. 잠들어도 놓을 수 없는 상념들.

며칠 전 꿈속에서 어린아이를 안으려 했는데 그 아이가 버둥대는 바람에 두 번이나 제대로 안을 수가 없었다. 꿈속의 어린아이는 골치 아픈 문제, 다루기 어려운 일을 뜻한다고 한다니 어쩌면 고민을 떠안지 않고 다행히 내려놓은 셈이다.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는 문제들을 꿈속에서도 겪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잠에서 깼다.

어릴 적부터 늘 총천연색의 꿈을 꾸고 생생한 냄새와 분위기를 느꼈었다. 때로는 아름다워 깨고 싶지 않은 꿈을, 때로는 축축하고 어두워 빨리 깨고 싶은 꿈을 꾸었다.

내면에 남아 있는 감정들이 꿈을 어둡거나 밝게 만들어 내게 상기시켜 주곤 한다.  

수년 전 꾸었던 낡고 닳은 꿈들은 망각의 저 편으로 사라져가지만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이 반복되는 꿈도 있다. 어린 시절의 일은 구체적으로 생각 안 나는 일들이 많은 반면 뚜렷하게 기억되는 꿈도 있다. 작은 우리 집 안에 갇혀 멀어져 가는 엄마를 소리쳐 부르지만 들리지 않았던 꿈도, 커다란 구 위에 올라타 그 동그라미가 작아져서 무서워하는 꿈도, 기울어지는 무대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노래 부르던 꿈도 모두 불안으로 만들어진 꿈의 모습이었다.

나에게 늘 엄격하고 무서웠던 사람이 꿈에서는 세상 다정한 사람이 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억은 늘 조작되고 미화되기 때문에 나의 아쉬운 마음이 전해져 꿈에서의 추억을 만들어 주는 듯하다. 선명해졌다 흐려지는 꿈의 기억은 오후가 되면 모두 사라져 구체적인 내용이 생각이 안 나지만 그 기분은 하루 종일 남는다. 이쯤 되면 늦잠을 자는 것을 포기하고 좀 일찍 일어나 꾸고 싶지 않은 꿈을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아침을 기분 나쁘게 시작하게 하는  내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꿈속에서의 나 자신을 좀 치우고 싶다. 유난히 작고 유약한 꿈속에서의 나를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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