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게
복잡하게 생각하며 남의 인생까지 들여다보는 삶이 행복을 방해한다는 생각을 했다. 편의점에 갔다가 골목골목을 지나 들어오는 길에 지금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있다는 그런 생각.
타고나기를 에너지가 많은 편이라 다양한 것에 끌리고 관심을 갖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보다 더 많은 것을 잘하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난다. 원하는 것이 많아지는 것인지 남이 하는 것은 나도 빠짐없이 다 갖고 싶은 것인지도 점점 경계가 모호해졌다.
좀 다른 방향의 생각은 언제나 불쑥 내 앞에 나타난다. 깨달음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그런 삶에 대한 아이디어. 그렇게 그저 매일 걷는 골목길에서 걷다가 ‘단순해지자.’라는 마음을 품는다.
단순해지면 기존의 나의 힘은 한곳으로 모이고 그 힘은 커질 거라는 예감도 스쳤다.
정확히 나의 목표가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꿈꾸는 삶의 방향은 어떤 것인지.
단단하게 뭉쳐서 뚜렷한 것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남이 무엇을 하는가, 뭐가 잘되고 있는 아이템인가를 중요하지 않다고도 생각했다.
트렌드를 읽는 사람만이 돈을 벌고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우리가 만들어 낸 환상 같은 것이 아닐까.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또 내가 그리는 아름다운 삶이라는 건 어떤 것인지.
차곡차곡 쌓아 올릴 것들에 집중하는 시간들을 - 그 안에서 찾을 가치들을 생각해 본다.
끊임없이 내면과 대화하지만 너무 파고들지는 않는 밝고 건강한 단순함.
일요일이었던 지난 1월 1일에 강변북로를 지나며 태양이 지는 것을 보았다. 붉게 따사롭게 물든 한강물의 표면-반짝임을 보면서 마음에서 순간에 들어오는 한 문장을 읽어 보니, “밝은 마음으로-“
무엇보다 내게 지금 중요한 건 밝게 살아내는 것이다.
스무 살에는 무언가 고독하고 어둡고 깊은 생각 있어 보이는 분위기를 선망했었던 적도 있었는데 정작 개인적 사연이 있는 사십 대의 여자가 돼버린 나는 그 무엇보다 밝음에 끌리고 있다.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삶이 펼쳐지는 것도- 또 주어졌을 때 감사함을 발견하는 것도 -
알아차리지 못하면 모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일들.
새해의 소원은 좀 더 단순하게 살면서 밝은 마음을 많은 시간 동안 지켜내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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