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한밤

‘불행’은 약점이 된다.

그래서 감추고 싶고, 다시 겪고 싶지 않으며, 그저 인생을 망가뜨리기만 하는 것 같다.

나도 그랬다.

이런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글은 한 번 쓰면 박제되니까, 내 약점이 공개되는 건 잊힐 권리도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남들처럼 성공한, 행복한, 환하게 눈부신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좀처럼 내게 오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성공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겪은 불행은 어둡고 칙칙하며,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그런 이야기를 누가 거들떠볼까 싶기도 했다.

세상은 늘 ‘성공했고 행복했습니다.’로 끝나는 결말에 귀 기울이니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면 미움받지 않을까 주저했다.

그러나 나는 상관없이 불행한 익명으로 남기보다 행복해지기로 결심했고, 불행의 말들을 적어 내려가며 이전보다 단단해졌다.

불행 속에 더 큰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불행했지만 인생을 잃지 않았고, 또 다른 시작과 연결됐다. 그건 내게 불행이 불행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반드시 행복이나 성공으로 ‘포장’되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불행은 불행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불행을 밑천 삼아 썼다.

불행을 꺼내 놓고 나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기대는 품고 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닿는다면,

그 사람의 불행 또한 결코 불행으로만 끝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불행의 반전은

모두에게 일어나고 있고, 어쩌면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