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이 가르쳐준 것

by 한밤

나는 늘 무언가에 불만이 많았다.

음식, 날씨, 사회, 교통 체증, 시끄러운 소음, 예의 없는 사람들까지.

온갖 매체가 보여주는 세상마저 못마땅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삶 자체에 불평하기 시작했다.

내 이혼에 대해서, 살아 있음에 대해서, 모난 성격에 대해서.

“나도 좀 더 좋은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기어이 가정을 원망했고, 지나온 과거를 탓했다.

결국 종교조차 불만 목록에 올랐다. 원망은 신에게까지 향했다.


마이크 타이슨은 말했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누구나 그럴듯한 불행을 가지고 있다. 진짜 불행에 처맞기 전까지는.”

돌이켜보면, 내가 ‘불행’이라 불렀던 것들은 사실 삶에 큰 문젯거리가 아니었다.

진짜 불행이 닥쳤을 때,

나는 곧 내가 얼마나 불행하지 않았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동안 불행이라고 믿어왔던 감정들은

아직 무너질 만큼의 고통을 겪지 않았던 데서 비롯된 오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진짜 불행은 나에게 겸손을 가르쳤고, 감사하는 법도 함께 알려주었다.


그 후로 나는 음식에 대해서, 날씨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교통 체증에 대해서,

기타 온갖 일상에 대해서 감사하기 시작했다.

덧없고 허무했던 내 불평들은 그렇게 소소한 감사로 바뀌었다.

먹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이었다.

시끄러운 소리를 듣는 것도,

매체를 통해 세상을 보는 것도,

교통 체증 속을 견디는 것도,

짜증 나는 사람들과 부딪히며 관계를 맺는 것조차도,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느낄 수 있다는 기쁨이었다.

뜨거움도, 추움도 그저 자연의 신비함으로 다가왔다.

나는 ‘왜?’라는 질문을 내려놓고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불행은 늘 ‘왜?’에서 시작되니까.

“왜 나야?”

“왜 하필?”

“왜 지금?”

그 질문을 멈추자, 나는 나에게도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건 내게 기적 같은 일이었다. 나는 이제 불행이 두렵지 않다.

그것이 나를 성숙한 감사로 이끌기 때문이다.

내 불행이 감사로 바뀐 건 사실 아주 단순한 변화 때문이었다.

바라보는 관점.

생각의 방향.


사소한 불행을 안고 사는 삶은 분명하게 괴롭지만,

소소한 감사를 안고 사는 삶은 꽤나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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