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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윤수 Oct 24. 2024

노인재택사

내가 죽을 곳은 어디인가

 최근 스위스에서 면역질환을 앓고 있던 한 미국 여성(64세)이 조력사망캡슐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선택했다. '사르코' 라는 이름의 이 조력사망캡슐은 밀폐된 캡슐 안에 죽음을 희망하는 사람이 들어가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하고 스스로 버튼을 누르면 몇 초 뒤 저산소증에 의해 죽음에 이른다.  이 기계는 호주 출신 의사인 필립 니슈케 박사에 의해 발명 되었으며 심지어 사망하기 5분 전에 무의식 상태에 빠지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행복감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스위스는 여성의 조력자살을 도운 단체의 관련자들을 자살 유도 및 방조혐의로 체포했다. 이 기계의 사용료는 놀랍게도 20달러(약 2만 7천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2만 7천원이라니. 죽음에 드는 비용이 이렇게 헐값이란. 놀라운 일이다. 

스위스는 조력 자살을 허용하고 있지만 현지 검찰은 여성의 조력 자살을 도운 비영리단체 ‘라스트 리조트’의 대표 등 관련자 4명을 자살 유도 및 방조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요즘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는 것이 있다. 

"어디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요?" 라는 질문이다. 

그러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한다. "내가 편하게 지내고 살고 있는 곳이지." "내가 사는 집이 제일 좋은 것 같아." 와 같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이야기 한다. 이 생각은 노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오랫동안 자신의 숨결과 손길을 더한 삶의 공간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것이다. 

친정엄마의 노년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늘 하는 생각이 있다. 엄마는 평생을 서울에서 살아오셨다. 경기도로 이사와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셨다. 나도 걱정을 했던 부분은 평생을 살아 익숙한 곳을 떠다는 것이 젊은 사람에게도 힘든 일인데 노인에게는 더 힘들 것이라는 것이었다. 

익숙한 집, 골목, 수퍼마켓, 시장, 주변의 사람들, 친구들. 평생을 안전하게 당신의 삶을 채우고 밀차되어 있던 많은 것들로부터 분리되어 새로운 공간,공기, 냄새, 집과 사람들에 적응해야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인 것이다. 게다가 그 분리의 의미가 더 나은 곳으로 좋은 것을 영유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맞이 하기 전 남은 삶을 살기 위해서라니. 그것은 상상하기 힘들만큼 절망과 좌절, 슬픔을 불러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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