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길고양이의 변(말씀)

by 심윤수


나는 너에게 길들여지기를 거부한다


길들여진다는 것

안온한 너의 품

너의 손길

사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풍요

거친 흙바닥이 아닌 따뜻한 방바닥


그 속에서 나의 야생을 벗어던져야 한다.


거부하리라.

대신

작은 숨결에 녹아 사라지는

하지만

세상을 얼리는 서리발

찬기운같은

그 쨍한 자유를 선택한다.


정수리에 내리꽂히는

태양

내 털빛을 닮은 그 빛아래

부지런히 나의 본능을 다듬는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

살아가기 위한 본능

길들여지지 않는

자연의 일부


굴러가는 낙엽

거친 나무 등걸

작게 조잘거리는 벌레들

나의 안위를 위협하는

큰 동물들

그것들로부터 나를 지킬

길들여지지 않을 그것들을

길들인다


그것이 나의

운명이므로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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