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바꾸려는 말은 누구를 위한 걸까?

한 박자 늦은 부모의 자리

by Nova G
무도회도 완전히 금지다. 또 매일 10분 동안 이성적으로 보냈다는 것을 입증하기까지는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
-412.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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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자식 교육에 방조했던 베넷 씨는 이제 와서 외양간을 고치고 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이상하게 내 모습과 겹쳐 보여 멋쩍은 웃음이 나왔다.


무도회를 게임으로 바꿔 말하면,

내가 우리 아들에게 하는 말과 거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하면 게임 금지야. 해야 할 숙제를 알아서 스스로 하기 전까지는 게임이고 뭐고 없을 줄 알아.”


베넷 씨가 갑자기 엄해지는 이 장면은 훈육이라기보다 뒤늦은 양심선언에 가깝다.

그동안 방치하다가 사태가 커지고 나서야 “이제부터 규칙!”을 외치는 모습.

그 선언이 효과가 있을 리 없다는 걸,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장면은 웃고 넘어가지질 않는다.


아이를 바꾸겠다는 단호한 훈육처럼 보이지만, 실은 방향을 잃은 어른이 스스로를 붙잡기 위해 내뱉는 말이기 때문이다. 뒤늦게 정해진 규칙은 대체로 '통제'의 형식을 빌린다. 하지만 통제는 관계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 이미 흔들린 신뢰 위에 세워진 규칙은 불안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베넷 씨의 엄격함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는 딸들에게 이성인 생활을 요구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후회를 합리화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빠로서의 베넷씨를 탓하지 못하고, 그와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나를 본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늘 한 박자 늦게 깨닫는 일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늦음이 곧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박자 늦게라도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는 사실, 그 속에 이미 변화의 씨앗이 들어 있다는 진실을 깨닫길 바란다.

완벽한 타이밍에 올바른 말을 하는 부모는 없지 않을까?

뒤늦게라도 아이가 아니라 관계를 먼저 바라보려 애쓰는 어른이 되길 바란다.


리디아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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