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으로 나를 증명하고 있는가

사람은 겉모습이 아니라 태도로 남는다

by Nova G


그녀는 딸이 위컴과 달아나서 결혼식 전에 보름이나 동거했다는 것에 대한 어떤 수치심보다도, 딸의 결혼식에 입힐 새 옷이 없어서 망신스러울 것이 더 신경쓰였다.
-426.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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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넷 부인의 태도에 절로 한숨이 새어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도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비슷한 장면을 쉽게 목격할 것이다. 관계 안의 신뢰는 깨진 지 오래인데도 '그래도 겉으로는 좋아 보여야지, 이런 모습은 다들 부러워할 거야'라며 외양부터 챙기는 순간들 말이다. 특히 sns에서 그런 모습을 좀 더 쉽게 발견한다.


진짜 가치는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다는 그 간단한 진리를 우리는 쉽게 외면하고 자꾸 바깥에서 그 가치를 끌어오려 한다.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직함이 무엇인지, 무슨 브랜드를 걸치고 있는지를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려 한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이 오가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물론 궁금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질문 하나로 그 사람의 깊이와 삶의 결을 가늠하려 들 때, 우리는 아주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부모의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종종 아이를 위해 비싼 옷을 사주고, 좋은 학원을 알아보고, 남들 앞에서 뒤처지지 않게 하려 애쓴다. 하지만 아이에게 오래 남는 기억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실수했을 때 혼내기보다 먼저 안아주던 순간, 아이와 눈을 맞추고 따뜻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부모의 모습. 아이는 그 장면들 속에서 배우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한다. 안타깝게도 베넷 부인은 벼랑 끝에 선 순간까지도 그 진리를 외면하고 있다.


사람은 직함이나 명예로만 살 수 없다. 그것이 통하는 곳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회사나 조직 밖에서 우리는 태도로 살아야 한다.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어떤 사람으로 남을지는 그 사람의 태도에 달렸다.


그래서 굳이 비싼 물건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명품 가방 하나로는 결코 우리를 고급스럽게 만들 수 없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다정함, 흔들리지 않는 태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 정직함은 시간이 갈수록 더 빛난다. 유행이 지나도, 상황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이야 말로 스스로를 진정한 명품으로 만드는 길이다.


결국 세상에 둘도 없는 명품은 백화점이나 옷장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 속에 있다.


베넷 부인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한숨을 지어보지만 한편으로 나는 얼마나 허영심으로부터 자유로운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어제 본 책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삶은 '삶이 글이 되고, 글이 삶이 되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경험하고 느끼는 모든 것이 나만의 책을 만든다.

그리고 내가 쓰는 글처럼 나는 살아간다." -부아 c


오늘 글을 쓰는 동안 이 문장들이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내가 쓴 글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굳은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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