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딸의 결혼이 가족에게 주는 성취감에 대하여
"오! 리지, 내가 전하게 될 일이 우리 가족 모두에게 이렇게 큰 즐거움을 주다니! 이렇게 벅찬 행복을 어떻게 큰 즐거움을 주다니! 이렇게 벅찬 행복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
"네가 그렇게 행복하게 자리 잡게 될 걸 생각하면 너무나 기쁘구나"
-475~477. 민음사
제인의 결혼은 제인 한 사람의 일이 아니라, 온 가족의 기쁨으로 그려진다.
그 장면을 읽고 있으면 그 행복이 독자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는 제인의 결혼과 그들이 누리는 이 행복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기쁨 안에는 분명 사랑과 설렘뿐 아니라, 어떤 ‘성취감’도 함께 들어 있다.
최근 리디아의 결혼과 비교했을 때, 제인과 빙리의 결혼은 상대적으로 원만하고 품위를 지킨 결혼이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제인이 이 가족의 맏딸이기 때문일 것이다.
맏이의 ‘성공적인’ 결혼은 단순히 한 사람이 짝을 찾는 사건을 넘어선다.
그것은 부모에게 지난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는 안도이자, 한 가정이 애써 키워온 시간에 대한 보상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결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제인과 빙리의 앞날에 오직 핑크빛 미래만이 약속되어 있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의 부모는 진심으로 기뻐한다. 나는 이 장면에서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놓였다.
아마도 내 기억과 겹쳐졌기 때문일 것이다.
내 동생은 나보다 약 열 달 먼저 결혼했다.
동생의 결혼식 날, 엄마는 “왜 언니보다 먼저 결혼하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엄마는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사람처럼 웃으며 말했다.
“큰딸은 내년 3월에 해.”
그렇게 우리 자매는 1년 사이로 결혼을 했고, 어느덧 결혼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늘 행복하기만 한 결혼 생활을 해온 것은 아니다. 그런데 엄마는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너네가 1년 사이로 결혼하던 때, 엄마는 정말 행복했어.”
특별할 것도 없는 결혼이었는데 뭐가 그렇게 좋았냐고 묻자, 엄마는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그 시기에는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있었고, 딸들에게 해주고 싶은 걸 해줄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고.
그냥, 그때를 떠올리면 온통 좋은 기억과 행복한 기분뿐이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 나는 괜스레 더 씁쓸한 마음이 들어 이렇게 대답했다.
“그 기대만큼 딸들이 잘 살지 못해서 미안하네.”
제인의 결혼을 앞둔 이 장면을 읽으며, 나는 그때를 다시 떠올린다.
어쩌면 부모가 느끼는 그날의 행복은 자식의 미래가 완벽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날만큼은 자신들의 지나온 삶을 잘 보냈다는 확신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앞날에 어떤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여기까지 무사히 도착했다는 느낌,키운 시간들이 한 사람의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안도. 그래서 제인의 결혼은 결혼이상의 것을 증명하는 시간인 것 같다.
앞으로 잘 살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는 증명.
그 증명이 주는 평온함 속에서 부모는 잠시 걱정을 내려놓고, 자식은 처음으로 한 사람의 인생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니 이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날의 기쁨이 앞날의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더라도, 미래의 걱정은 잠시 접어 두고
이 가족이 첫 딸의 결혼이 주는 기쁨을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다.
누구의 결혼이든, 그날만큼은 충분히 행복을 누려도 될 이유가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