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결혼을 허락한다는 것에 대하여

같은 선택이 아니라, 같은 믿음

by Nova G
"리지야, 난 그 사람한테 승낙을 했다."
-516.민음사

엄마와 아빠는 우리가 어릴 때 둘이 약속을 했다고 했다. 아이들이 배우자로 누구를 데려와도 절대 반대하지 말자고. 아이들의 선택을 믿어주자고.

그 약속을 나는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조금 놀랐다.

왜냐하면 나는 늘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양쪽 집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특히 우리 엄마 아빠가 반대한다면 나는 분명 그 사람과 헤어졌을 것이다. 이 얘기를 동생과 나눈 적이 있는데 동생도 나와 생각이 같았다.

엄마와 아빠가 그런 약속을 한 이유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하는 과정에서 남는 건 상처뿐이고,

정작 결혼을 막는 데에는 거의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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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면 엄마 아빠의 생각과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반대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건 어쩌면 완벽한 동의였는지도 모른다.

엄마 아빠는 딸들이 결국 스스로 좋은 사람을 데려올 거라는 믿음을 가졌고, 나와 동생은 우리가 선택한 사람을 엄마 아빠가 기꺼이 품어줄 거라는 믿음을 가졌던 것이다.

방향은 달랐지만, 서로를 향한 신뢰는 같은 곳에 있었다.

결국 서로에 대한 믿음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선택이 서로를 파괴하지 않을 거라고

미리 양보해 두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나도 언젠가 아이들의 선택 앞에서 옳고 그름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이 아니라, 그 선택이 삶이 되는 순간까지 조용히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은 허락으로 시작되지만, 신뢰는 침묵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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