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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메이징 그레이스 Mar 16. 2023

재능을 어떻게 다루고 있나요?

고전 질문 독서 [앵무새 죽이기]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재능을 자랑하지 않는 법이란다." 모디 아줌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재능을 사용하고 다루기 전에,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걸 확실히 알기란 쉽지 않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선생님들과 주변 엄마들로부터 팔방미인이라는 소릴 들었다. 그림도 잘 그리고 글짓기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고 못하는 게 없다고, 우리 엄마를 부러워했다. 팔방미인이 예쁘다는 뜻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그 뜻이 아닌 걸 알고 좀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내가 정말 그런 다재다능한 아이인 줄 알았다. 졸업할 때도 표창장을 내가 제일 많이 받았었다. 초등학생시절 6년을 그렇게 뽐내고 으스대며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3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 고등학교를 가니, 이 애들은 정말 못하는 게 없었다. 1학년 때, 우리 반 1등이 미술 과제물로 제출한 그림은 나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과일 정물화로 기억하는데, 정말 수준급이었다. 악기는 또 어떤가, 나는 그때까지 피아노 말고는 다뤄본 게 없었다. 그런데 이 학교 애들은 피아노는 기본이고, 관악기도 한두 개쯤 다루는 애들이 수두룩 했다.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그냥 다른 세계사람처럼 취급했다. 그래도 이 아이들이 가 못하는 게 있었는데 바로 체력장이었다. 운동부가 아니고서는 체력장에서 a등급을 받은 애들이 없었는데, 우리 반에서 나 홀로 a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왜인지 그게 그다지 기쁘지는 않았었다.

세상은 넓고 그 넓은 세상만큼 사람들의 모습도 이루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칭찬 좀 받았다고 내가 최고인 양 으스대며 살았던 초등학생 때의 어린 내가 이제야 새삼 가여워진다. 그렇다고 해서 그때 칭찬받았던 일들을 다 아무 일도 아닌 걸로 취급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걸 비교하는 순간 나는 또다시 우스워지고 불쌍해진다. 엄마 아빠는 늘, 돈이 없어서, 학원을 보내지 못해서 내 재능이 크지 못했다며 미안해하신다. 내가 나의 재능을 남과 비교해서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든다면, 그거야 말로 도리어 내가 엄마 아빠에게 미안한 일이 될 것이다.

나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잘 모르겠는 이유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인데, 그 말은 즉, 나는 끊임없이 여전히 타인과 나를 비교하고 평가하며 산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재능을 키우려고 애쓰기보다 비교하고 평가해서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기거나 반대로 으스대는 일이 없도록 부단히 애쓰며 살고 싶다. 어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선택한 즐거움이 다른 이에게 기쁨을 주고 위로가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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