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메이징 그레이스 Mar 27. 2023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하려는 사람에 대하여

고전 질문 독서 [앵무새 죽이기]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할 필요는 없지. 그건 숙녀답지 못한 거고...... 둘째로, 사람들은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이 옆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화가 나는 거지. 올바른 말을 한다고 해도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바꿔놓을 수 없어. 그들 스스로 배워야 하거든. 그들이 배우고 싶지 않다면 입을 꼭 다물고 있거나, 아니면 그들처럼 말하는 수밖에.



어쩌다 보니 앞 글의 연장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게 된다.

시간이 지나, 나에게 이런저런 코치를 해 준 친구와 같은 위치에 놓이고 그 친구를 이해하게 되긴 했지만, 그때 그 친구의 행동이나 말투에 대해서는 여전히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친구가 나를 위해서 해 준 말들이었을지언정, 나의 선택과 경험을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 있었고, 무엇보다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친구로서 불 보듯 뻔한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 좋은 의도로 이야기한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사실 결혼 과정과 결혼 상황이라는 게 모두 각자의 케이스가 있는 것이고 배우자도 그의 부모 형제도 모두 다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 가지 경우로 대부분 통일되기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그 친구와 나의 결혼생활이 다른 것처럼.

그런데 의아한 것은, 그 친구가 이런 점을 모르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늘 이성적이고 차분한 친구인데 그땐 왜 그렇게 자기 기준에서 건건이 개입하고 차단하고 자신의 말을 들으라고 강요했을까. 지금 글을 쓰며 생각하는 바로는 자기 이야기 좀 들어달라는 표현이 아니었나 싶다. 자기가 겪었던 과정들을 나를 통해 다시 복기하게 되면서, 그때 속상했던 점, 그때 아쉬웠던 점, 그때 힘들었던 점 등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게 맞다면 벌써 8년이나 지나버린 지금, 너무 아쉽고 미안한 일이다. 아무튼 이 문장을 빌어 나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나는 그 친구를 통해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친구는 입을 꼭 다물고 있어야 했던 것이고 내가 그 모든 것을 겪고 난 후에 서로의 고충을 털어내듯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후로 그 친구가 하는 말들을 보면 꼭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도 '또 가르치려고 하네'라는 삐뚤어진 생각을 품게 되니 말이다.

가장 좋은 가르침은 경험하고 스스로 깨닫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와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