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이라는 선물

미술학원 라이딩 이야기

by Nova G

일하는 엄마로 아이를 키우며 가장 마음에 걸렸던 순간이 있었다.
아이가 차량 운행이 없는 미술 학원을 다니고 싶어 했지만, 나는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 엄마가 다가와 말했다.

“제가 데려다 줄게요. 우리 아이랑 같이 보내요.”

그 말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했지만, 선뜻 그러겠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끼리는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나는 그 엄마와 아직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기에 부담부터 지우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나는 이미 한 번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유치원 행사로 아이를 일찍 데려와야 했던 날, 불가피하게 부탁을 했던 것이다. 그때 진 빚도 제대로 갚지 못했기에, 고맙지만 괜찮다고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다시 한번 말했다.

“미안해서 그런 거면 걱정 마세요. 우리 딸이 **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같이 다니면 더 좋아요.”

내가

“한두 번도 아니고, 어떻게 매주 신세를 져요. 미안해서 못 그래요.”라고 하자,

그녀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저한테 부탁 많이 해주세요. 저 그런 거 좋아해요.”

그런 거 좋아한다니, 그 말에 나는 거의 울뻔했다.


부탁을 짐이 아니라 기쁨으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

그 따뜻한 마음 덕분에 딸은 1년 동안 친구와 함께 미술 학원을 다닐 수 있었다.


미술 학원에 다니며 즐거워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간은,

내가 덤으로 얻은 행복이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고,

이제는 직접 아이를 태워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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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딸의 또 다른 친구가 눈에 들어왔다.

두 아이가 함께 학원을 다니는 모습을 부러워하며 나도 OO 미술학원 다니고 싶다고 반년 넘게 졸랐다고 했다.

그 아이의 엄마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워킹맘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손을 내밀 차례였다.

얼마 전, 처음 그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길.

오랫동안 미술 학원을 꿈꾸던 아이보다 오히려 내가 더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받았던 도움을 이제는 내가 건넬 수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도 행복한 일일 줄이야.

아이 덕분에 시작된 인연은, 서로에게 부탁할 수 있는 믿음으로 자라났다.

부탁은 관계를 빚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조금 내어줘도 괜찮은 관계가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드러내는 선물 같은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부탁은

때로 짐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선물이 된다.

그리고 나는, 그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삶이 고맙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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