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싸움 속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들
나의 사랑스러운 남매는 어제도 싸우고, 오늘도 싸운다.
두 아이는 매일 지치지도 않고 작은 폭풍을 일으키고,
나는 그 폭풍을 맞으며 매일 조금씩 지쳐간다.
게다가 ‘남매의 싸움에 희망은 없다’는 주변의 증언들은 나를 더욱 좌절하게 만든다.
나와 같이 아들-딸 남매를 키우는 친구 중 한 명은 이런 말까지 했다.
"그래도 지금은 귀여운 거야. 애들 사춘기 되어봐. 쟤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야."
아직도 남매의 전쟁은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종전은 없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큰아이가 여덟 살, 작은아이가 다섯 살일 때가 그 전쟁의 최대 격전기였다.
8살과 5살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영혼을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5살은 아직 세상의 언어를 온전히 배우지 못한 작은 야생의 무엇 같다.
게다가 우리 둘째는 말이 느린 편이라 다섯 살인데도 발음도 문장도 어눌했다.
대신 억지와 울음이라는 본능적인 무기로 자신을 지키고, “모르겠어”라는 방패 뒤로 숨어버리기 일쑤다.
그 앞에서 8살은 참을 만큼 참고, 설명할 만큼 해보다가 결국 그 방패에 부딪혀 약이 바짝바짝 달아오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속 물컵이 찰랑거리다 넘쳐서
“** 미워!!!” 하고 터져 버린다.
나는 가능하면 이 싸움에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전쟁이 진행 중인 한 지금도 그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
두 아이가 스스로 마음의 지도를 그려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빠라서, 동생이라서라는 이유를 어른이 먼저 들이밀지 않으려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억울함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렇기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이 아이들이 배워야 할 중요한 숙제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워’라는 말만큼은 내 귓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래서 어느새 나는 큰아이를 부르고 만다.
나의 다짐과 노력은 이렇듯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그 말은 나쁜 말이야. 화가 난 거지, 동생이 진짜 미운 게 아니야. 동생은 몰라서 그러는 거잖아.”
말을 하면서 순간 어지럽다.
나조차도 8살짜리 한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나 스스로도 잘 모르는 감정의 공식을 가르치려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나는 이 아이들이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만큼은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그래서 이 말 앞에서 나는 유난히 예민해진다.
5살의 악의 없는 무지함에 상처받은 8살.
그러면 이 아이의 분노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나는 아이를 앉혀 놓고 마음속의 ‘악마’와 ‘천사’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너는 누구를 응원하고 싶어? 마음속에서 둘이 싸우면 누가 이겼으면 좋겠어?
그리고 방금의 행동은 악마가 조금 이긴 거야. 그렇다면 누가 가장 속상할까?”
아이와 나눈 이야기는 길어졌고, 끝내 아이는 터질 듯한 감정으로 소리쳤다.
“아!! 약 올라!! 더 화가 나!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나는 그 말이 여전히 동생을 향한 것이라 생각해 화가 더 났다. 8살이면 알아들을 만큼 알아들을 텐데 '왜 이렇게 못되었지' 하고 아이를 다그쳐 혼내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한번 더 외쳤다.
“아니!! 내 마음속 악마한테 화난 거라고! 나는 악마 응원 안 하는데…
왜 자꾸 이런 마음이 드는 거야, 엄마… 엉엉…”
아이는 아까보다 더 서럽게 울었다. 진심으로 괴로워했다.
엄마가 할 수 있으면 자기 좀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듯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아이의 울음은 동생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속의 부정적인 감정을 납득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울음이라는 것을.
'내가 이아이한테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불확실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 큰 아이를 꼭 안아주고 실컷 울게 뒀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OO아, 괜찮아. 누구나 그래. 엄마도 아직 그래.”
아이는 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조금 전보다 한 뼘 자란 표정이었다.
"그래도 OO아, 지금 봐라. 네가 처음에는 동생이 밉다고 울었는데, 지금은 동생을 미워하는 악마의 마음이 밉다고 울고 있잖아. 그건 천사가 이기고 있다는 증거야. 그러니까 미워하는 그 마음을 미워하고, 동생을 미워하지 마."
그제야 아이의 얼굴에 작은 평온이 깃들었다.
그날 울다가 지쳐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편안한 마음으로 깊은 잠을 자길 기도했다.
그리고 그날 밤, 잠 못 든 사람은 오히려 나였다.
내가 했던 말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아이에게 들려준 말들이 결국은 나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미워하는 마음을 미워하라’고 말했지만,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평생 연습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천사와 악마를 동시에 품고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악마에게 휘둘리지 않는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악마가 고개를 들 때마다 그 순간을 알아차리고 다시 천사 쪽으로 몸을 돌리는 일이다.
아이의 눈물은 그 싸움의 한가운데서 흔들리는 나약한 인간의 마음 그대로였다.
그리고 나는 아이를 안으며 깨달았다.
우리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대신 ‘미움이 올라오는 나’를 바라보고 다독이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존재라는 것을.
결국 성장이라는 건 타인을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먼저 자기 마음속의 어둠과 마주 서는 용기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그 밤, 나는 조용히 다짐했다.
아이만이 아니라 나도, 매일의 작은 싸움에서
조금 더 천사의 편에 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