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중학생 시절 나는 핸드폰에 음악을 다운 받아 놓고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부터 이어폰을 귀에 끼고 살았다. 한 달에 몇 천원씩 음악 어플에 꼬박 꼬박 내면서 30곡을 다운 받을 수 있는 게 나의 유일한 도피처였다. 음악을 들을 때면 내가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고, 힘든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나는 그 짧은 3분 짜리 음원을 계속 반복해서 듣고 듣고 또 들었다.
방탄소년단이 콘서트를 한다는 걸 듣고 많은 고민 끝에 티켓팅에 참여했다. 나는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고 싶었다. 처음 해보는 티켓팅은 결과가 무지 처참했다. '3층 끝에서 두 번째 자리.' 그래도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 싶었지만 내 체력으로 3층까지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 자신이 없어 나는 콘서트 자리를 구하지 못한 언니에게 티켓을 넘겼다. 그 일이 두고 두고 후회가 된 나는 다음에는 계단을 기어 올라가더라도 반드시 가겠다고 다짐했다.
화창한 여름 오후, 나는 운 좋게 방탄소년단 팬 미팅인 ‘머스터’에 당첨이 되어 올림픽공원으로 갔다. 누군가의 공연을 보러가는 건 내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그토록 원했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심장은 급속도로 뛰고 나는 공연 시작 시간 3시간 전에 택시를 타고 엄마와 함께 콘서트 장에 도착했다. 드디어 방탄소년단을 직접본다는 마음에 나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엄마가 “핫도그라도 사서 저녁으로 때울래? 점심도 안 먹었잖아.”하며 걱정해도 내 식도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는 신호를 했다. 입 안은 바싹바싹 마르고, 내 머릿속은 온통 ‘경기장 안에서 기절하면 어떡하지? 과연 계단을 올라갈 수 있을까? 공연 도중 생리가 나오면 어떡하지? 본인 확인 빡세다는데 통과 못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뿐이었다.
공연은 방탄소년단의 최신 곡인 ‘작은 것들을 위한 시’부터 2015년 곡인 ‘jump’까지 꽉꽉 채워지며 끝났다. 실신같은 최악의 상황을 생각했던 나는 무사히 끝났다는 마음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나는 공연 시작 전에 진정제를 먹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공연장 안은 안경을 벗으면 앞이 전혀 안 보일만큼 열기가 대단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에는 부채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미봉을 흔들면서 연속으로 서너곡을 방방 뛰었다. 마음껏 소리를 질러보고 목이 터져라 노래도 따라 불러보았다.
오열을 할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나는 공연 내내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너무 힘이 들었던 건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게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게 마치 그저 화면 속 방탄소년단을 본 느낌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서로 밀침도 하나없이 수월하게 밖으로 잘 나왔다. 열기로 들끓었던 공연장 안과 달리 밖은 에어컨을 틀어놓은 듯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공연장에 있었던 몇 시간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공연장 밖으로 나오자 제2 롯데타워가 보라빛 네온사인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치 이 모든 게 꿈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간직해온 나의 별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멀리서 밝게 빛나고 있는 그들은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나자신의 처지가 오버랩되며 잠시 가슴이 아파왔다. 하지만 오늘 나는 그들과 같이 목 놓아 부른 노래 가사처럼 나를 위로해줄 매직샵을 찾은 것 같다.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 속에 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 곳이 기다릴 거야
믿어도 괜찮아 널 위로해줄 magic shop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저 은하수를 올려다보며
넌 괜찮을 거야 oh 여긴 magic shop
-<방탄소년단- magic shop 가사 중 일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