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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뉴월의 뉸슬 Mar 05. 2022

잘 죽기 위해 읽어야 할 책 5

1. 죽음의 에티켓

이 책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죽음의 실제 과정에서 출발한다. 지금까지 죽음을 이토록 솔직하고 디테일하게 다룬 책은 없었다!

작가: 롤란트 슐츠//옮김: 노선정

출판사: 스노우 폭스


이제 중요한 것은,
지금 중요한 것은,없습니다.

그래요, 당신은 죽었습니다.
이제 당신은 죽고 없습니다.
p.97, p.111


누구나 다 알지만 겪기 전까지는 실감할 수 없다는 그 '죽음'을 자신에게 직접 대입해 '죽어가는 과정'을 면밀히 보여주는 책이다.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죽음을 기다려야 되는 현실,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에 가려진 장례식의 밑낯을 낱낱이 밝힌다. 충격적인 결말도 아니고 다 알고 있는 진실(ex.인간은 누구나 다 죽는다)이란 걸 알면서도 내 몸이 소각장에서 불타 잿더미로 녹아내린다는 사실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죽어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방식이 디테일하고 적나라해서 한 문단만 읽어도 실제로 죽는 것 같은 공포가 느껴진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영험한 죽음이 아니라 (필터 없는 실제 죽음을 보여주니), 내가 언젠가는 겪게 될 '진짜' 죽음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숨이 멎어가 서서히 시야가 흐려지는 느낌이 궁금하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2. 살아요, 단 하루도 쉽지 않았지만

"다시 돌아가면요? 무조건 춤을 더 많이 춰야죠. 이 통통한 몸을 더 많이 아껴줄 거예요. 죽는 거요? 특별할 것 없어요. 인생에서 하는 일 중 하나일 뿐."- 삶의 끝에 선 사람들이 전하는 인생의 진실.

작가: 케리 이건//옮김: 이나경  

출판사: 부키


죽어가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면 이것이다.

그들은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이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노력해야 한다.
기다린다고 해서 더 쉬워지지 않을 것이며,

남은 시간은 짧으니까.
p. 270-271

일주일 내로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나라면 하고 있던 거 전부 내팽겨치고 여행을 떠날 것 같다. 하지만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이들은 그럴 수 있는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시한부 환자들의 생활을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다. 죽어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가. 환자들은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될 고민들에 삶을 허비한 것을 후회하거나, 가장 좋았던 기억 등을 말하면서 각자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책을 읽고 나면 지금 나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이 재밌었다면, 황승택 작가의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를 추천한다. 작가가 암 투병을 겪으면서 벌어진 일들을 엮은 에세이이다. 기자 출신답게 글이 간결하고 날카로우며, 암 환자로서 겪은 일들을 솔직하게 썼다. 혹시 지금 투병 중에 있거나 가까운 사람이 투병 중에 있다면 매우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3. 죽음과 죽어감

<인생 수업>의 저자 엘리자 베스 퀴블러 로스의 대표작. '죽음의 5단계'를 최초로 소개한 죽음학 연구의 고전!

작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옮김: 이진  

출판사: 청미


어떤 의사가 이런 말을 했다는 얘기를 했었죠.

"어떻게 견디시는지 모르겠네요.
저 같으면 아마 자살했을 거예요."
p. 258


 이 책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들의 행동들을 분석해 죽어가는 과정을 5단계로 나누어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한 최초의 책이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떻게 죽어갈까?' 와 같은 클래식한 질문들에 이 한 권으로 전부 대답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부정하다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분노하고, 희망하다가 바뀔 수 없는 현실에 우울해하고 끝내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책은 시한부 환자들과의 실제 인터뷰를 예시로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삶과 고통을 상세히 알려준다. 환자들이 입원하면서 듣는 말들, 가지는 생각들을 전부 필터링 없이 과감하게 보여준다. 죽음은 회피하고 외면하기보다 직시하며 바라봐야 할 주제이다. 죽음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을 읽어야 할 필독서다.



만약 이 책이 재밌었다면 샐리 티스데일의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도 추천한다. <죽음과 죽어감>이 죽음을 심도 있게 고찰했다면 이 책은 작가가 간호사로 10년 넘게 일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임종을 둘러싼 실질적 조언과 관점을 제시한다.


4.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죽음을 말하는 것은 삶을 말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꺼리던 대화 주제를 다루는 독자 친화적인 가이드북이자, 슬픔에 빠진 독자를 구원할 필독서

작가: 마이클 헵//옮김: 박정은

출판사: 을유문화사


제가 이제껏 보낸 저녁 식사 초대장 중
가장 이상한 초대장이겠지만,
조금만 참고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곧 놀라운 경험을 하리라 믿어요.
 
살 날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요?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마지막 식사로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가요?
p.44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무수한 대화를 나누지만, 죽음에 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죽음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고 후에 대비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작가 마이클 헵은 죽음에 대해 터놓고 말하는 모임을 만들고 나눈 대화를 적었다.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피할까' 등 책을 읽으면서 질문을 하나씩 생각해보게 된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라고. 이 책은 죽음을 편하지도 무겁지도 않게 다루며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필터 없이 보여준다. 무섭다고 말해도, 싫다고 말해도 괜찮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건 고통스럽다. 이야기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쯤은 나 자신을 위해 읽어줬으면 좋을 것 같다.



5.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죽음을 앞둔 서른여덟 작가가 전하는 인생의 의미.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로 삶을 채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

작가: 니나 리그스//옮김: 신솔잎

출판사: 북라이프


"이상하죠" 내가 말했다.
"저는 제 현실보다
우울한 책은 없는 것 같아요."

어쩌면 괜찮은 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몽테뉴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물어온다.
'계속해서 좇았지만 결국 닿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p.295


처음 제목을 읽었을 때 짜증이 났다.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니.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죽음이 있기에 삶은 더 아름다운 것이라는-의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왜 이 작가가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있다. 죽음이 드리워도 삶은 계속된다는 걸. 그리고 그 남은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는 본인의 선택이란 걸 일깨워준다. 죽는 과정에는 고통과 슬픔만 가득하지 않다. 물론 행복하지는 않겠지만, 그 과정에는 엄연히 삶이 존재한다. 기쁘기도 하고 때로는 즐겁기도 하다. 이 책은 두 아이와 남편과 함께 보낸 사소한 일상들을 엮어 모아 출판한 책이다. 안타깝게도 이 작가는 책을 쓰고 바로 죽었다. 그렇기에 글 한 문장 한 문장이 무겁게 와닿는다. 암 투병기가 재미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작가가 쓴 모든 문장들이 아프게 빛난다. 조금이라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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