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문턱에서 돌아와 자신을 거의 파괴하다시피 한 우울과 불안을 이겨내고 삶의 기쁨을 되찾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감동 실화
작가: 매트 헤이그 옮김: 강수희
출판사: 책 읽는 수요일
나는 좋아졌다.
나는...... 좋아졌나?
한 번의 의심에 나는 무너졌다.
잉크 한 방울이 똑 떨어지며 깨끗하던 물이 흐려졌다.
완전히 괜찮지는 않다는 걸 깨달은 순간,
아직 많이 아프다는 것도 깨달았다.
p.52
한창 우울증에 허우적대고 있을 때 보기만 해도 안심이 되던 책이다. 우울증이 무엇인지, 공황이 무엇인지, 발작은 어떻게 오는지 우울과 공황에 대해서 A to Z까지 알려준다. 우울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이게 그저 내가 예민한 건지 지나가는 건지 아무것도 모를 당시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나뿐만이 아니구나 공감이 가고 안심을 느끼게 해 준 첫 책이다. 문장이 짧고 독특(ex.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대화를 한다던지)해서 지루하지 않다. 특히 우울증을 지금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나는 모두에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특한 사람이었다. 그것을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작가: 김나율
출판사: 위즈덤 하우스
내가 좋아했던 바다의 모습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
그곳에 빠져 죽으면 불행하지 않을 것 같았어.
둥근 해가 불타오르듯 나를 쳐다보는데, 그때 알았어.
우울 속에 있어도 계속 있다 보면 언젠가 무뎌질 줄 알았는데,
근데 나는 그냥 다 타버린 거였어.
타버려서 재가 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거였어.
p.122
<살아야 할 이유>가 외국인의 관점이라면, 이 책은 한국인의 이야기다. 지금은 달라졌다고 하지만, 한국은 정신과에 간다던가 상담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분위기가 아직까지 조심스럽다. 책은 폐쇄병동이라 불리는 보호병동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래서 이 작가는 어떻게 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는지를 전부 보여준다. 호기심에 펼쳤지만, 작가의 용기와 글에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글이 어렵지 않아서 쉽게 읽을 수 있고, 에피소드가 풍부하고 디테일해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상황에 젖어 들어 읽을 수 있다.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우울증 수기를 더 읽고 싶다면 <슬픔은 병일지도 몰라>를 추천한다. 정신병동에서 6개월을 보낸 기록을 써낸 책이다. 앞선 책과 달리 이 책은 병원과 치료, 상담의 와의 대화에 초첨이 맞춰져 있다.
마음속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나는 당신에게 권하는 책! 누구에게나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절망의 시기, 곁에 다가와 위로를 건네는 공감의 문장들.
작가: 가시라기 히로키 옮김: 이지수
출판사: 다산초당
저는 미래를 향해 걷는 것은 못합니다.
미래를 향해 좌절하는 것, 그것은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쓰러진 채로 있는 것입니다.
p.128
책이나 방송에서 하는 이야기들은 전부 고난을 극복하고 이겨낸 사람들의 말. 말. 말 뿐이다. 하지만 오늘따라 그 수많은 성공 신화들이 거슬리고 거북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슬플 때 슬픈 노래를 들으면 위로가 되는 것처럼 절망적일 때는 절망적인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억지로 이해하는 척하거나 말 뿐인 위로는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이 책은 좌절의 시기를 보낸 작가가 다양한 책들을 읽으면서 발견하고 찾아낸, 절망과 마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지금 절망적이라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고 싶다면 이 책을 당장 펴길 권한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작가: 김현경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가끔 너무 힘든 날이 있어.
그래도 현관문 앞에 서서 감정을 죽이고 눈물을 닦은 다음,
크고 밝게 외쳐야만 해.
'다녀왔습니다'라고.
우울을 겪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우울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어떤 증상이 오는지, 어떻게 치료했고, 현재는 어떠한지. 삶을 지탱하게 해 준 음악이나 영화 등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사연을 읽는 것만으로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위로받는다. 익명성 덕분인지 사람들의 말들이 솔직하고 숨김이 없다. 책이 두꺼워서 읽을 엄두가 안 나지만, 한 챕터씩 차근차근 읽다 보면 '한 권으로 끝내는 우울의 모든 것' 같이 느껴져, 천천히 아껴서 읽게 된다. 세상에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것 같을 때, 이 책을 펴면 나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
오늘 나는 행복하지 않은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작가: 이수연
출판사: 놀
나는 아직 아프고 나약하다.
더 나약해질지도 모른다.
한강 작가의 소설 '흰'에 나온 무너졌기에 새것인 사람.
나는 그 사람이 되려 한다.
늙은 석벽과 새것이 연결된 이상한 무늬를 가진 사람이.
나는 오늘, 죽음 속에서 살아가기로 했다.
p. 296
정신병동에서 나오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작가는 여전히 행복하지 않고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 희망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지만, 내 삶은 그렇지 않은걸? 이 책은 그래서 다 나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괜찮아요, 와 같은 해피앤딩으로 책이 끝나지 않는다.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동안 썼던 일기를 그대로 출판해서 제목이 없고 날짜만 있는 것이 특징이고, 글 하나의 분량이 짧아서 빨리 읽힌다. 우울한 건 맞는 것 같은데 상담을 받을 정도인지 모르겠고, 상담은 받고 싶은데 막상 정신과에 가기는 꺼려진다는 마음이 든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정신과에 가서 상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상담의와 내담자가 어떤 말을 주고받는지가 다 나와있다.
위 책처럼 정신과 상담 방식이 궁금하다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추천한다. 베스트셀러라 이미 다 알고 있겠지만, 상담의와 내담자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서 그대로 쓴 책으로 한 번쯤은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