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겨울왕국2> 리뷰 및 감상 후기

나는 그저 여왕이 아니라, 한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다.

by 오뉴월의 뉸슬


수요일 밤 11시부터 잠에서 깨어나 일어난 나는 '오늘은 기필코 밖에 나갈 것이다.' 라며 그 전날도 똑같이 했던 맹세를 다짐했다. 일주일 전에 엄마와 함께 강남구를 벗어나 워커힐에 가서 점심으로 피자를 먹은 이후로 겨울바람을 맞은 적이 없었다. 나는 잠잘 준비를 하러 들어가는 엄마를 붙잡고 바깥에 나가자는 약속을 잡았다. 쇠뿔도 담김에 빼라고, 엄마와 나는 그 자리에서 개봉된 지 한 달 정도 지난 영화 <겨울왕국2> 티켓 2장을 구매했다.





영화를 보고 온 내 솔직한 심정은, <겨울왕국1>과 같은 새로움 혹은 그 이상의 감동이 없었다. 중간중간 내용이 전개될 때마다 루즈하다는 생각을 했고, 무엇보다 let it go 같이 콱 박히는 노래가 없었다. ('Into the unknown'은 렛잇고 다음을 노리고 제작한 노래인 거 같은데 그것보다는 'show yourself'나 안나가 부른 'the next right thing'이 캐릭터 장면과 잘 맞아 좋았던 것 같다.) 물론, 딱 한 번 본 거 가지고 서부른 판단을 했거나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한 거 일 수 도 있다. 그렇지만 <겨울왕국2>는 다음에 나올 시즌 3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겨울왕국> 시즌 1은 안나와 엘사의 사랑과 믿음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영화라면 시즌 2는 두 인물의 성장과정을 표현한 작품 같다. 우선 시즌 1과 시즌 2의 엘사를 비교하자면, 시즌 1때 엘사는 그렇게 회피하고 외면하고 싶었던 아렌델 왕국의 통치 권한을 얻으면서 끝났다. 그에 비해 시즌 2에서는 자신이 앉은 왕의 자리가 과연 나한테 맞는 자리인가 스스로에게 의문을 제기하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의심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에 나오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구절처럼 엘사는 자신이 왕국에 있으면 안 될 존재라고 인식하며 불안해한다.


얼음을 쏠 줄 아는 엘사의 착한 동생 안나는 사실 엘사에 비해 그렇게 도드라지지 못했다. 그녀의 도전정신과 용감무쌍한 행동은 항상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주었지만, 엘사는 너무 강력했다. 그래서 시즌 2에는 안나가 '사실은 강력한 마법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하고 반전을 줄 주 알았다. (안나가 불을 다스릴 줄 안다는 궁예가 많았다. 우연찮게 머리도 붉은색이었다.) 그렇지만 두 시즌 다 엘사를 도와주고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가졌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없어 방황했던 엘사와 달리 안나는 자신의 주관이 뚜렷했다.


<겨울왕국2>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흔히들 '클리셰'라고 하는 백마 탄 왕자님을 차용한 물속 액션 장면이었다. 엘사가 물의 정령인 투명 말을 컨트롤 하려면서 몸싸움을 벌인다. 그 장면에서 'I'm not just a queen, I'm your majesty. (나는 여왕이 아니라, 한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다.)'라는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또한 시즌 1에서 잠깐 나온 부모님의 미스터리한 죽음이 시즌 2에 파헤쳐지는 연결은 생각지도 못했다.


엘사와 안나의 아버지인 왕을 구한 사람이 자신들의 엄마였다는 점 또한 좋았다. 흔히 동화 속 '왕비'라는 존재는 아이들을 잘 지도하고 가르치는 따뜻한 모성애로 그려지곤 했다. 그게 아니면 관심이 없는 잘 두드러지지 않게 묘사가 되어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엘사가 그토록 찾아 헤맨 목소리의 주인공 '이두나'로 멋지게 등장했다. 그리고 안나와 엘사 모두가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다리인 제5의 정령이었다는 점과 안나는 아렌델 왕국, 엘사는 노덜드라 왕국의 통치자가 된 마무리가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끝이 나고 엄마가 화장실에 잠시 들르자고 해서 갔다. 화장실에서 아주머니들이 영화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멋있다, 재밌었다.' 하며 깔깔대는 모습을 보고 이 영화가 아이들을 위한 영화뿐만 아니라 전연령을 아우르는 필름이라고 느꼈다. 이대로 그냥 집으로 가기 아쉬워 엄마와 나는 고디바에서 달콤한 초코 데카당스를 마시며 한참 동안 수다를 떨었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토브가 전혀 끼일 틈이 없었네. 안나 스스로 역경을 이겨내고 두 왕국을 구해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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