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글
더 이상 어리지 않다, 나는.
서른은 얼레벌레 지나왔는데 마흔은 좀 다르다.
근데 그 '다름'이라는 게,
내가 철이 들고 내가 특별히 어른이 되어서 다른 게 아니다.
내가 느끼기에 나는 여전히 미숙하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세상이 나를 어리게 보지 않는다는 게 확 느껴졌다.
'그래도 괜찮아'라고 하던 주변이 '그러면 안돼'의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세상은 이제 날 쉽게 대하지 않고 날 봐주지 않는다.
비로소 내가 '어른'의 세계에 뛰어들었구나.
프리랜서 방송작가인 나는 그걸 어디서 느끼냐면 구직에서 느낀다.
서른아홉은 괜찮은데 마흔은 어렵다, 는 그 반응. 분위기.
마흔은 그런 나이구나 확 느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할 수 있던 상황에서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나이.
문제는 내가 이제야 이 일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바빠서 내가 나를 잘 몰랐다.
지난 15년 정말 미친 듯이 닥친 일을 하고 하고 또 하면서 지냈다.
그러다가 일에 뛰어들고 처음으로 3개월을 쉬면서 내가 나에 대해서 몇 가지를 알게 됐는데
내가 생각보다 일을 좋아하네?라는 걸 알았다.
일을 쉬는 지금 나는 일을 못해서 '불안'한 게 아니라,
내가 재밌어하는구나 라는 걸 깨달아서 불안하다.
타이밍 참 얄궂다.
미련 없이 이 업계를 떠나기가 힘들어져 버렸다.
일을 좀 잘해보고 싶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일을 할 수 있는 무대는 확 좁아졌다.
문제는 마흔 초입의 프리랜서 방송작가가 설 자리는 많이 없다.
물론 일자리가 줄어 든 건 업계에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대개 마흔이 넘으면 기획이나 작가단 관리를 하지
실무를 하는 작가를 원하지 않는다. 그 분위기를 느껴버렸다.
나는 정말 일을 열심히 했다 그건 자부한다. 그런데 현실은 현실이다.
거기엔 날 제대로 영업하지 못했구나, 인맥 관리를 좀 할 걸
성실하기만 해선 안 됐다는 후회도 있다.
무엇이든 '현실'이 훅 덮쳤다. 한 대 맞았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답은 모르겠다.
일단은 그래도 두드려 봐야지.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데 15년 걸렸으니, 이젠 한 20년은 좋아해야지.
그리고 정말 '프리'랜서로서 살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 스스로 책임지고 먹고살 수 있는 '일'을 만나야지. 만들어야지.
2025년 2026년 20207년.. 영상 스크롤에 내 이름을 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마흔 초입에 그런 다짐을 한다.
어리지 않다는 건, 어른이 됐다는 건 결국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니까.
2025년 입춘이다.
세상의 모든 어른들 힘냅시다!
덧.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브런치에 계속 글을 쓰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