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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니 Jan 25. 2022

미은 나도 골프 배울래!

친구는 어떻게 되는 거였더라...

요즘 우리 매장의 새로운 뉴스거리는 곧 Asian에이시안 부부가 새 멤버로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었다. 코로나가 심했던 작년과 올해 초 호주는 락다운으로 이곳에서는 한 시간 거리인 시드니도 길이 통제되어 서로 오가지 못하던 차였다.


그렇게 주로 4명이서 일하던 우리 가게는 테이커웨이로만 운영하게 되면서 직원이 두 명으로 줄게 되었다. 한 명은 곧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결국 남아있던 두 명의 오지(호주) 친구들은 다들 가게를 떠나게 되었고

락다운이 끝나면서 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 위주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우리 매장도 다시 예전처럼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새 멤버로 들어오게 된 벨과 그린은 4~5년 전 방콕에서 시드니로 공부를 하러 온 커플이었다.

둘은 공부를 마칠 때쯤 호주에 더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호주에서 영주 할 수 있는 비자를 준비하기 위해 이곳 시골로 이사 오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 동네에는 생각보다 아시아인 친구들이 보기 드문 지역인데, 이렇게 하나 둘 정서가 맞는 친구들이 들어온다고 하니 괜히 설레고 좋았다.


그렇게 그린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시티에서 살다가 시골로 이사온지는 일주일 되었다는 그린은 너무 지루해서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 동네에서 뭔가 할 수 있는 재밌는 게 없는지 물어보았다.

그렇게 하루는 재밌게 봤던 한국 드라마를 공유하고 다음날은 우리 동네에서 맛있게 먹었던 타이 식당을 추천해줬다. 그리고 다음날은 근처에 갈만한 한식당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몇 주가 흐르고 옆동네 Mossy모지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그린의 남편인 벨도 만나게 되었다.

키가 크고 피지컬이 좋은 벨은 일을 하고 남는 시간이면 친구들을 따라 스포츠를 즐긴다고 했다.


시티야 젊은 친구들과 샵들의 홍보들로 정보가 넘쳐나지만 이곳 시골에서 이 친구들에게 정보란 내 sns가 최고였나 보다. 아직 서로 팔로잉도 하기 전인데 그린은 벌써 내 피드를 열심히 살펴본 모양이다.


쉬프트가 겹쳐 같이 일하는 날이면 그린이 부른다.

"미으으으은 ~~~~ 나 감자탕 진짜 좋아하는데 (너 인스타에 올라온)거기는 어디야?"

"미으으으은 ~~~~ 거기 염색하러 갔던 곳은 한국사람들이 하는 곳이야? 어때? 잘해?"

"미으으으은~~~~ 넌 쉬는 날에 뭐해? 난 여기서는 아무것도 할 게 없어. 골프는 어때 재밌어? 나도운전만 할 수 있으면 가서 배워보고 싶은데..."


그렇게 시작된 골프 이야기에 스포츠광인 그린의 남편 벨도 반응하며 갑자기 cook쿸 친구인 맥을 부른다. "헤이 맥~! 우리 골프 배우러 갈래?"


그리고는 또 나한테 묻는다.

"미은~! 골프 원데이 레슨 받으려면 얼마쯤 해? 나 그러고 보니 5살 때 골프 배워본 적 있는 것 같아. 물론 지금은 하나도 기억 안 나지만. 하하"

"아, 아니다. 우리 그냥 재미로 드라이빙 레인지(골프연습장)가서 연습 겸 먼저 한번 쳐보자."


나도 얘기한다.

"그래. 그래. 재미로 해보는 건데 그냥 한번 가보자. 해보고 재밌으면 배우면 되지. (남편) 존이 잘 아니까 우리 존 따라가자."


그렇게 우리는 매장이 문을 닫아 다 같이 쉴 수 있는 날인 일요일에 아침 9시 Mossy모지에 있는 골프장에서 모이기로 하고 이야기를 마쳤다.


그리고 며칠 동안 우리는 무지 바빴다. 시티와 지방간의 왕래가 풀리면서 시드니의 시티 피플들이 이곳 외곽으로 몰려들었고 코로나 이전 그 이상으로 매일매일이 홀리데이, 주말같이 바빴다.


그리고 다가온 토요일, 다들 정해진 쉬프트 시간이  있었지만 터져나가는 손님들로 오버타임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다 같이 마감을 하고는 헤어졌다. 지난번에 약속했던 일요일 골프 연습은 서로 까맣게 잊고선 다들 손을 흔들며 “See you next week”

다음 주에 만나라고 하며 돌아섰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니 몸도 개운해지고 정신도 조금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존과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차! 하고 내일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


나는 일단 친구들이 기억을 하던 못하던 골프 연습장에 가기 위해 내일 아침 7시 알람을 맞췄다.


다 같이 약속을 하던 그날  

"우리 비만 안 오면 무조건 가는 거다!"라고 말했었지만 다음날 아침 알람 소리에 힘겹게 일어나 보니 날씨가 흐리멍덩한 게 별로였다.

나는 존을 깨우며 일단 우리 둘이 연습할 겸 가보자고 했다.


그렇게 모지 연습장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존이 내게 물었다.

"친구들에게 먼저 한번 연락해보지 그래?"

나는 대답했다.

"뭐하려구. 다들 힘들어서 못 일어날걸? "

"오면 가르쳐주면 되고 아니면 우리끼리 연습하면 되지 뭐."


그랬더니 존이 말한다.

"조금만 마음 내서 연락해보면 다들 모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러면 우리가 이렇게 정성 들인 게 실망스럽지도 않고 더 좋지 않겠어?"

그리고는 또 이렇게 얘기한다.

“나도 친구들이랑 약속을 해보면 꼭 흐지부지 될 때가 었더라고. 그런데 한 명이 리더십을 발휘하면 또 다들 잘 모여지더라고."


나는 바로 맞받아쳤다.

"리더십? 그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야. 이런 일에 내가 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해? 배우고 싶다고 한 게 쟤들인데, 당연히 먼저 와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니 존이 얘기한다.

"미은아. 네가 생각할 땐 물어본 사람이 당연히 와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보통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

너는 애들이 안 오면 그냥 우리 둘이 연습하면 되지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말로 한 명도 오지 않으면 너 실망하지 않겠어?"


난 대답한다.

"응. 당연히 실망하지. 그리곤 다시는 이런 약속 안 잡는 거지."


존이 다시 얘기한다.

"그런데 있잖아.

우리가 이렇게 정성 들여 일요일 아침에 시간을 내어 골프 장비들을 챙기고 약속시간에 맞춰 가고 있잖아.

네가 조금만 마음을 내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는 걸로 그걸 방지할 수도 있고 또 같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 않겠어?

너는 왜 친구들이 당연히 안 올 거라고 스스로 단정 지어버리는 거야?

그러고는 결국 너 스스로 상처를 받는 거잖아."


존이 계속 얘기한다.

"너는 친구들을 배려한다는 포장된 말로 피곤하면 안 와도 그만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친구들에게

나 너희를 위해서 아침 일찍 장비들 챙겨서 지금 연습장으로 가고 있어. 라고 말해주는 게 더 솔직하고 친구를 배려하는 일이지 않을까?

그리고도 친구들이 오지 않는다면 그 친구들은 최소한 너에게 미안한 마음은 가질 거야. 그럼 네가 덜 상처받을 테고."


그때 마침 띠링하고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그린이다. "미으으은~ 너네 오늘 오는 거야?"

나는 대답한다. "응. 그린~! 나 지금 가는 중이야.

가는 길에 커피 테이커웨이 하고 있어.(사진)"

그리고 그린이 말한다. "오늘 진짜 춥네.(얼음 표정) 조금 이따 봐~" 하고.


그렇게 곧 그린과 벨이 등장했고 나는 맥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맥~ 좋은 아침! 우리 지금 여기 연습장이야. 좀 있다 봐~!.” 하고


그리고    맥도 도착했고 그렇게 우리는 

미친바람에 맞서며 정말 재밌게 골프 연습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매해 한 살씩 나이는 먹고 있는데 인간관계에 있어서 나는 여전히 초등학생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오늘 나는 존에게 골프수업이 아니라 인생수업을 배웠다.

내 진심을 들여다보고 솔직한 마음을 표현해 친구와 친구가 되는 법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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