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내가 괜찮은 이유

나를 좋아하는 법을 알려줘 #5

by 김진혁

지금 나는 보라색 머리를 하고 있다. 세 번 탈색하고 염색까지 해서 만든 색이다. 몇 년 전에도 파란 머리를 1년 가까이 유지한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조금 특이하게 본다. 왜 하필 파란색이야? 왜 하필 보라색이야? 좀 평범하게 갈색 하면 안 돼?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나는 이 모습이 참 좋다.


거울을 볼 때,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릴 때, 햇빛에 머리색이 살짝 바래질 때, 시간이 지나서 색이 조금 빠져도, 그 모든 순간의 내가 좋았다.


희한하다. 나는 내 이름도, 목소리도, 심지어 얼굴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 머리만큼은 사랑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 색이야 말로 내가 선택한 모습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머리에 내가 좋아하는 색을 입히며 이건 내 거라 말한다. 누가 정해준 게 아니라, 내가 고른 껍데기이기 때문이다.


이 모습만큼은 사랑할 수 있다.

내가 고른 나의 모습, 이렇게라도 나를 사랑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