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하며 감상하기
7월 여름,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네덜란드를 7시간 정도 방문하게 되었다. 경유는 맛보기 여행같다. 발자국만 살짝 남기고 가는. 괜히 더 눈에 담고 싶고, 알차게 쓰고싶잖아 !
네덜란드에서의 선물같은 7시간은 두 눈 가득 반 고흐로 담았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기에 더욱 설렜다.
반 고흐 뮤지엄의 음성 가이드는 적당히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면서도, 해석에 필요한 배경 설명들이 잘 되어있었다. 조그만 헤드셋 야심차게 끼고 핸드폰 메모장을 켜두고 타닥타닥 써내려간 나의 느낌들.
유화는 거칠고 투박한 붓터치들이 수없이 덧칠되며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붓터치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무엇을 그리는지 알 수가 없다가도 한 발 떨어져 잠시 보고 있으면 작품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인생과 같다.
(그렇다고 생각하고, 발길 닿는대로 열심히 사는 수 밖에! )
보통 우리는 미술 작품을 볼 때 그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등에 대해 생각한다. 반 고흐의 그림을 볼 때면, 반 고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는 사물을 볼 때의 그의 감정과 그의 상황과 모든 것을 그림에 담으려 한다. 우리가 반 고흐의 그림에서 그의 삶을 떠올리는 이유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반 고흐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반 고흐의 그림이 특히 더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
수 천, 수 만번의 붓터치들로 이루어진 그림. 첫 번째 붓질은 어디에서 시작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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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일상과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
화가
해 질 녘 노을 지는 하늘을 볼 때의 따뜻함과 이유 모를 쓸쓸함과 평안함과, 하루가 끝난 뒤 바람 선선한 초저녁 산책할 때의 가볍지 않은 산듯함과 기분좋은 날숨 같은 것 ?
-고흐의 그림
박물관을 쭉 다 둘러보고 난 후, 이렇게나 감명깊게 봤는데 기념품은 정말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메모장에 꾹꾹 써내려갈만큼 인상 깊었던 그림 엽서 몇장을 손에 들고 기분좋게 귀국했다.
사람마다 그림을 보는 기준도, 해석도 , 취향도 다양할테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빈센트 반 고흐는 참 따뜻한 화가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