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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혜롭게 Jun 25. 2019

죽음의 알갱이 '마이크로비즈'

우리 집 치약에 있는 작은 알갱이들, 혹시 이를 닦으면서  '이것이 뭘까'라고 궁금해하지 않으셨나요? 각질 제거에 탁월한 이것은 치약뿐 아니라 여러 세안 제품과 스크럽 제품, 화장품에 많이 들어있습니다. 이 알갱이의 이름은 바로 마이크로비즈입니다. 노폐물 제거 효과가 뛰어난 마이크로비즈는 사실 죽음의 알갱이라고 불리는 환경오염물질입니다. 미세 플라스틱이라고도 하죠. 만약 마이크로비즈가 들어있는 치약을 사용하신다면 자신도 모르게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수 처리장에 걸리 지지 않은 알갱이들이 바닷속으로 흘러들어 가서 바다를 오염시키기 때문입니다. 후에 먹이사슬을 타고 결국 우리의 식탁으로 되돌아오기도 하죠. 즉, 우리가 무심코 사용했던 제품으로 인해 바닷속 생물이 병들어가고 결국은 우리에게까지 해를 미치는 악순환의 반복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죽음의 알갱이라고 불리는 마이크로비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이크로비즈란

마이크로비즈는 최대 직경이 5mm 이하인 고체 가공 플라스틱 입자입니다. 주로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지지만 간혹 폴리 프로펠 린이나 폴리스타이렌과 같은 석유화학 성분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상용 입자의 크기는 10 마이크로미터(0.00039인치)에서 1밀리미터(0.039인치)에 이릅니다. 앞서 말했듯이 치약이나 화장품 등에 많이 사용되는데, 화장품, 비누, 얼굴 스크럽, 치약과 같은 개인 생활용품 등에 박리제로서 첨가됩니다. 일반 의약품에 첨가되기도 하는 생명의학 및 보건과학 마이크로비즈는 현미경 기술, 유체 시각화에 사용되며 유체 흐름 분석 및 프로세스 문제 해결에도 사용됩니다. 마이크로비즈는 대체로 구형 입자로 크기가 균일합니다. 로션에서는 볼 베어링 효과를 주어 부드럽게 하고 골고루 펴지게 하는 윤활 효과도 있습니다. 


해양 환경오염의 악순환
그린피스

짧게 생각했을 때, 미세한 알갱이가 들어있는 제품들은 깨끗한 피부와 하얀 치아를 만들어주는 기능성 제품으로만 보입니다. 또 너무 작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미용 전문가뿐 아니라 여러 전문가들은 마이크로비즈라 불리는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배수관으로 씻겨 내려간 마이크로비즈는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강이나 운하로 흘러가 수질 오염을 일으킵니다. 웁살라 대학교의 한 연구팀은 농엇과의 민물고기인 퍼치가 마이크로비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동물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퍼치가 대량의 폴리스티렌 물질로 오염된 환경에서 태어나면, 퍼치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대신하여 마이크로비즈를 먹습니다. 그렇게 미세 플라스틱을 먹은 퍼치는 천적의 냄새를 못 맡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또 마이크로비즈는 살충제나 다환 탄화수소와 같은 오염물질을 흡수하거나 농축시킬 수 있습니다. 작은 물고기, 양서류와 거북에서부터 새와 더 큰 포유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야생 동물이 마이크로비즈를 먹이로 착각합니다. 마이크로비즈는 먹이 사슬을 통해 더 높은 종들에게도 독성의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 피해가 결국 사람에게 까지 오게 되는 것이죠. 과학자들은 거의 모든 종류의 해양 생물들의 체내에서 플라스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90%에 달하는 조류의 위장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하기도 했죠. 1차원적으로 생각하면 조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나, 좀 더 고차원적으로 생각하면 마이크로비즈를 먹은 해산물을 인간이 섭취하게 되면 결국 사람의 체내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줄이기 위한 노력

이미 여러 다양한 플라스틱의 방대한 양이 바다에 흘러들어 가 해양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심지어 해양생물의 번식에도 악영향을 미치죠, 마이크로비즈는 너무 작기 때문에 시스템의 필터로도 걸러지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위험성을 깨닫고 유해 플라스틱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2012년, 북해(North Sea) 재단과 플라스틱 수프(Plastic Soup) 재단은 소비자로 하여금 생활제품에 마이크로비즈가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을 출시했습니다. 2013년 여름에는 유엔 환경 계획(UNEP)이 영국에 기반을 둔 비정부기구(NGO)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국제 관광객을 위한 앱을 개발했습니다. 이 앱은 마이크로비즈를 사용하는 여러 다국적 기업을 설득하여 성공을 거두었으며 총 7개 국어를 제공합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마이크로비즈를 대신해 천연 및 생분해성 물질을 사용하는 것인데, 이것은 자연환경으로 방출되기 전에 분해되거나 걸러지기 때문에 배수구로 흘러내릴 때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천연 추출물로 사용되는 것에는 아몬드, 오트밀, 해열 및 코코넛 껍질 등이 있죠. 미국에서는 마이크로비즈의 금지 활동의 증가로 여러 화장품 회사들이 생산라인에서 마이크로비즈를 단계적으로 제거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비즈 사용에 대해 여러 나라들이 제도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한국은 2016년 NGO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환경 단체 그린피스의 마이크로비즈 금지 캠페인을 시작으로 마이크로비즈 없애기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식약처 미세 플라스틱 사용 금지에 관한 행정예고 발표와 강병원 의원이 미세 플라스틱 금지 3 법 발의를 하며 미세 플라스틱 없애기에 힘썼습니다. 그리고 2017년 2월 식약처에서 미세 플라스틱 규제 관련 개정안을 고시했는데, 마이크로비즈가 빈번히 사용되는 제품군인 화장품과 치약 등의 일부 의약외품에서 미세 플라스틱 금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지금까지 죽음의 알갱이, 마이크로비즈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요즘 플라스틱의 심각성이 여러 곳에서 대두되고 있습니다. 1회용 컵이나 페트병, 빨대 등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죠.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하루에만 평균 2~3개 정도의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고 버립니다. 그렇게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수백 년간 자연 분해되지 않고 생태계를 떠돌아다니며 해양 생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미칩니다. 그리고 결국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을 막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환경 제도에 힘쓰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1회용 컵 사용량이 많은 우리나라도 이제는 카페 안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할 수 없게 됐죠.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인 마이크로비즈 또한 수질오염의 원인이 됩니다.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인식 재고를 통해 좀 더 맑고 깨끗한 바다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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