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주 간 신기하게도 여러 사람들과 상담 비슷한 것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화 상대가 고민이랄지 현재의 우울한 상황이랄지 한 것들을 풀어놓았고, 상대적으로 고민이 없고 우울하지 않은 나는 계속해서 그에 반응을 하고 내 생각을 말하다 보니 뭐 상담 비슷한 형태가 된 것이다.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약 2주 간 그 빈도가 높았다. 친한 친구부터 온라인 인연까지, 공부나 커리어 고민부터 아픈 마음 이야기까지, 사람도 주제도 다양했다. 신기했던 것 하나는 감정적으로 공감해주기보다 단호박으로 말하는 나의 방식이 위로나 도움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 과정을 통해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어차피 남아도는 시간에 수다를 떨었을 뿐인데 고맙다는 말을 듣다니!
나쁜 뉴스나 부정적인 소식을 들으면 그에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느 정도로 마음 아파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 같다. 안 좋은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그 나쁜 상황의 구조적 문제나 환경을 분석한 자료를 찾아본다. 그래서 대화 상대로부터 좋지 않은 상황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감정적으로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사실 나와 다른 상황에 있는 다른 성격의 다른 사람들이니, 그들의 마음이 지금 어떠한지 알 수도 없다. 나는 전문가도 아니니 굳이 그 주제를 문제로 설정하고 해결책을 내려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제삼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또는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접근하려고 하고 대화를 나눌 뿐이다. 아, 마음이 아픈 경우에는 전문 상담을 꼭 꼭 추천한다.
요즘에는 공감에도 ‘능력’이라는 말을 붙인다던데. 나는 그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 불편한 진실 등에 대해 더 배워가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능력’이 좋지는 않지만 대화를 요청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통을 하려 노력한다. 어쩌면 감정적 공감을 잘 못한다는 콤플렉스가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긴 대화 후에 듣는 고맙다는 말이 더 기분 좋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