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좋은 걸 배운다
"좋은 게 좋은 것 (이하 좋좋)"이라는 말, 또는 마음가짐, 또는 삶의 철학.
이를 가진 사람들은 아마도 성격이 둥글둥글하다거나, 사람이 좋다는 말을 듣지 않을까. 나에게는 없는 것들 중 하나라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스스로의 성격을 설명할 때 단번에 '좋은 편이다'라고 말하기 뭔가 켕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좋은 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거든.
이 "좋좋" 마음가짐은 언제 발휘가 될까. 사람과 부대끼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나 실수, 또는 명확한 잘못이 있었지만 그리 크거나 중요한 것이 아니었을 경우? 중대한 것이 아닌 만큼 사과 한 번 하고 (또는 작은 일일 경우 사과가 없기도 할 것이다) 다들 다시 웃자며 운을 떼는 것?
이 '좋게' 넘어가기 위해서는 뭐가 되었든 사람 간 생긴 균열이나 마찰이 '작아야 한다'. 누가 봐도 큰 일이었다면 제대로 앉아 이야기를 하고 풀어 나가거나, 불같은 싸움으로 폭발시켰겠지. 문제는 이 '작다'는 것이 상대적인 크기이기 때문이겠지. 누군가는 '좋게 좋게' 넘어가면서 웃음으로 쉽게 덮을 수 있는 일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결코 작지 않았지만 다수가 작다고 하는 부분을 굳이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웃으며 넘어갈 수도 있다. 물론 이 사안의 상대적 크기는 사람마다 다를 뿐 아니라, 같은 사람이더라도 그 순간의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여전히 나는 ‘좋좋’이 과연 나에게도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살피고 따뜻한 시선을 가진 친구를 통해 조금씩 그걸 배워보고는 있다. 얼마 전 한 약속에서 사전 통보 없는 무례함을 겪었다. 이전의 나였다면 애초에 가는 길에 되돌아서 집으로 왔을 것이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를 알던 친구들이었다면 놀랐을 행동의 변화였다. 지난주에는 한 업체가 지난주에 진작 보냈어야 하는 데이터를 아무런 상황 설명 없이 마감 이후에야 업데이트 본을 보냈다. 깊은 마음속에서는 선을 긋고 받아주지 않았을 테지만, 오늘은 '데드라인이란 이유가 있는 기한이다'라는 설명 이메일을 써놓고 몇 시간 뒤에 다시 살펴본 뒤에야 발송을 했다. 그리고 해당 데이터는 업데이트를 해주었다.
물론 이 업체는 내 머리 깊숙이에선 '옐로카드 1회 - 사전 통보 없는 데드라인 초과'라는 딱지가 붙어있을지도 모른다. 무례했던 친구들 역시 ‘이러이러한 사람’ 카테고리에 무의식 중에 넣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뭐, 가끔은 좋은 게 좋은 것일지도 몰라.
이것저것 찾다가 80년대 신문에 실린 이 글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