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g Jan 13. 2022

럭셔리란 무엇인가

럭셔리 (Luxury)는 무슨 뜻일까. 


어원으로 본다면 '정도의 지나침'을 의미하는 라틴어의 Luxus에서 보통 그 뿌리를 찾는다. 메리엄 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영어권에서는 luxury라는 단어가 색욕, 간통 등의 맥락에서 사용되었다고 한다.


럭셔리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형용사나 느낌은 무엇일까. 아마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비싼 가격? 희소성? 고품질? 유명세? 독특함? 생활에서 종종 듣는 단어이지만 스스로 정의를 내려보려니 쉽지 않다. 유명하다고, 품질이 좋다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고 다 럭셔리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니까.


내가 생각하는 럭셔리는 이렇다. 

'특정 집단에서 현재 대다수가 럭셔리라고 생각하는 것.'

어떤가, 더 애매한가?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세 가지다. '특정 집단', '현재' 그리고 '대다수'. 이것이 바뀌면 곧 럭셔리의 정의 역시 바뀐다는 것이다. 


갑자기 웬 럭셔리 타령인가.

해외 생활을 하면서 겪는 다름이라는 것이 다양하지만, 나는 의외로 독일과 한국 간 전통 관습의 차이보다 이 '럭셔리의 개념'의 차이를 더욱 크게 느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가 없는 바이에른, 그리고 차가운 북쪽 바닷가만 조금 있는 독일. 이곳에서 해산물은 그 무엇이 되었든 럭셔리다. 생선구이 백반 집이나 조개 구이집, 굴국밥 집에 '럭셔리'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어색한 곳에서 온 나는 이곳에서 '종류도 다양하지 않은 고작 생선'이 조금 들어갔다는 이유로 가격이 비싸지는 것이 아직도 재미있다. 반면 나는 비싼 음식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소고기가 '고작 생선'보다 싼 것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세네 배의 가격에 팔리는 온갖 유럽 제품들이 이곳에서는 저렴하거나 매우 흔한 경우는 셀 수도 없을 정도다.


같은 나라나 도시에 있어도 본인의 주변 환경에 따라 럭셔리의 정의가 달라지기도 한다. 가장 흔한 예는 '스시'. 이곳에서는 일본의 '진짜' 스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슈퍼마켓에서 차가운 뭉친 밥에 오이와 아보카도를 넣고 말은 롤을 스시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마트뿐 아니라 아시아 음식을 판다는 저렴한 식당들에서는 밥에 무언가를 넣고 말 수만 있다면 스시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한다. 회사에서는 유일한 동양인이라서인지, 나도 집에서 스시를 만들어 먹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본인은 집에서 친구들과 만들어 먹는다는 말과 함께. 나에게 스시는 나 따위가 만들 수 없는 것이라 답했다.


음식이나 생필품뿐이 아니다. 나에게는 삶을 색다르게 즐기는, 인스타그램에 올릴법한 라이프스타일 중 하나인 '캠핑카' 문화가 이곳에서는 호텔이나 숙소 값이 부담될 때 저렴한 휴가를 즐기는, 가성비를 따진 선택지다. 반면 서울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을 타던 택시지만, 인건비가 비싼 이곳에서 택시는 일반 사람들은 일 년에 한 번 탈까 말까 한 정도다. 전용기로 출장을 다니는 회사 임원조차 택시 대신 자기 차를 운전한다. 뮌헨에 놀러 온 친구들이 길에서 택시를 거의 못 보는 것이 신기한 풍경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이렇게 내가 생각하는 '럭셔리'와 지금 내가 있는 사회의 '럭셔리'의 정의가 다른 경우가 여럿 생기면, 문득 이게 다 뭐가 중요한가 싶어 오히려 초연해진다. 내가 있는 장소, 환경, 그리고 시기가 변하면서 무엇이 럭셔리인지 역시 변할 수 있으니.

매거진의 이전글 오, 나의 홀러 (Holl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