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 MBA인가? (#3 네트워킹)

현 미국 MBA 재학생에게 듣는 현실적인 경험기

by mignon

국내 MBA도 있고, 유럽/아시아권 MBA도 있는데 굳이 미국 MBA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MBA를 선택하는 이유는 아래 세 가지의 큰 주제로 요약이 될 것이다.

1) 압도적으로 높은 연봉

2) 졸업 후 거주지의 넓은 선택폭

3) 전세계를 아우르는 탄탄한 네트워킹


이번에는 세 번째 주제, ‘전세계를 아우르는 탄탄한 네트워킹’를 살펴보자.


이전 두 편을 보지 않았다면, 먼저 읽어보고 올 것을 추천한다.



네트워킹에 대한 짧은 고찰


MBA는 학문을 배우기보다는 네트워킹을 하러 가는 곳이라고 한다.

* 실제로 경험해보기론 정말 틀린 말이다! 추후에 MBA에서 배운 값진 교훈들에 대해서도 경험담을 나눠볼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 네트워킹이라는 것은 대체 뭘까?

네트워킹이란 결국 사람을 탐색하고, 연을 맺고,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유지하는 과정이다.

MBA=네트워킹이라는 공식이 생긴 이유도 그런 의미에선 많은 공감이 되는데, 입학하기 전에는 가고 싶은 학교의 알럼과 네트워킹을, 입학해서는 취업하고 싶은 회사의 알럼과 네트워킹을, 졸업 후에는 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자 네트워킹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네트워킹 중심적 문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네트워킹이라는 단어는 결국 ‘인연을 맺는 행위’에 불과하고, 어느 문화권이나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네트워킹이 그저 미국의 고유한 문화라고 치부하기엔, 한국도 예로부터 학연, 혈연, 지연의 사회라고들 하지 않았는가.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한국만큼 활성화 된 것이 없는게 ‘동문회’ 문화이다. 미국 내 한인사회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한국 대학 동문회가 존재하고, 연말/연초 행사들이 각 도시 또는 지역마다 매년 일어난다.


동문회를 수출만 하는게 아니라, 수입해오는 것도 참 잘한다. 수십년의 이민과 유학의 결과로 한국에는 무수히 많은 미국 대학 Alumni 들이 존재한다. 나도 이번에 MBA 과정을 시작하기 직전, 서울에서 열린 미국 대학교 동문회 환영 행사를 갔더니 신입 학부 입학생부터 박사생까지 전공 무관 다 초대를 받았고, 각 전공/과정마다 계시는 동문들을 만나 인사를 한 기억이 인상 깊었다.


나홀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기보단,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취로 잘 닦여있는 길을 따라가는 기분이어서 참 든든했다.


흔히들 말하는 네트워킹 불변의 원칙 중 하나는 Quality over Quantity, 양보다는 질이다. 백번의 가벼운 터치포인트보다는 한번의 깊은 대화가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


하지만 맛있는 생선을 잡으려면 낚시대로 한 마리 한 마리 낚는 것보다 거대한 그물망을 던져 백마리를 잡는게 좀 더 확률이 높지 않을까? 질적으로 우수한 네트워킹은 내가 어떻게 판단할 수가 없지만, 일단 최선을 다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선 양으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다.



미국의 MBA Network는 어떻게 다를까?


타 지역 MBA 보다 미국 MBA의 네트워크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데,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타 대학 및 동 대학내 타 과정과의 원활한 융합


미국 Top MBA들은 MBA 이외에도 수많은 학/석/박사 과정을 제공하는 University 시스템 산하의 과정으로 운영이 되는데, 이러한 구조는 MBA 학생들이 비단 MBA 과정 뿐 아니라 타 과정과도 뒤섞여서 교육을 받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 미국에서 소위 Mixer 라고 부르는 대학 및 클럽간 교류 행사

제일 빈번하게 일어나는 유형의 네트워킹 행사인데, 캐쥬얼하게는 식사 자리부터 크게는 며칠짜리 행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나 또한 MBA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동 대학내 Law School, Engineering School, Journalism School 등을 만났는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전 편에 썼듯, 지역 내 교류도 활발한데, Columbia-NYU mixer, Kellogg-Booth 콘서트 (Battle of the Bands), Harvard-Sloan mixer 등 같은 도시 또는 주에 거주 중인 학교간 행사도 많다.

뉴욕에는 싱글 MBA들을 위한 mixer 도 있다


미국 내 한국인이 많이 재학 중인 학교간 교류를 하는 연례행사 KIMM (Korean Inter-MBA Mixer) 행사도 있는데, 2025년 기준 약 120명의 참가자가 미국 전역에서 모여 다양한 산업에 진출한 한국인 선배들의 강연을 시작으로 N차까지 이어진 회식으로 알찬 일정을 소화했다.


- 타 과정 교차 이수 및 학점 교류

융합/통합 인재상을 찾는건 세계적인 유행이다. 한국 내 대학교에서도 전공이나 학과 이름이 굉장히 길어지고 다양해지는 것처럼, 미국 내에서도 동일한 유행이 보인다.


많은 학교들은 MBA를 포함한 Dual Degree Program 을 운영하는데, 대표적인 예시들이 JD/MBA (법학 + MBA), MSe/MBA (공학 + MBA) 등이 있다. Dual Degree Program의 장점은 포괄적인 MBA 교육보다 조금 더 전문적이고 국소적인 학위를 취득함으로 특정 영역에 진출이 용이해진다는 점이다. 또한 경영대 이외에도 Engineering School 이나 Law School 과 수업을 함께 듣기 때문에 네트워킹이 두배가 되는 것도 있다.


Columbia 예시 참고: All MBA Dual Degree Programs | Columbia Business School Academics


위와 같은 공식적인 프로그램 이외에도, 타 대학원 수업을 교차 수강하게 함으로 학점 인정을 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대다수의 MBA 과정보다 훨씬 학점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은 있지만, 낸 학비를 최대한 알차게 활용하려면 정말 좋은 제도이다. 역으로 MBA 수업을 듣기 위해서 타 대학원에서도 오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MBA는 현직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전임 강사들이 많이 오기에 커리어 네트워킹을 하기가 정말 수월하다.


INSEAD, LBS, IMD와 같이 유럽에는 경영대학원만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적은 수에 기반한 고밀도 (고농축?) 네트워킹의 장점도 분명 있겠지만, 다방면의 네트워킹 양상에서는 미국을 따라갈 곳이 없다.


2. 정형화되고 구조화된 파이프라인


MBA 네트워킹의 정점은 견고한 채용 파이프라인에 있다.


채용 시즌과 주기가 정형화 되어있는 Investment Banking, Management Consulting과 같은 직군에는 매해 여름 Summer Internship 과 가을-겨울 Full-time Recruiting시 각 학교마다 전문 채용 인력과 Alumni network를 배치하여 선발을 한다.


학교마다 고정적으로 정해진 TO 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마다 강세를 보이는 학교들을 꼭 채용하게 되는데 이는 Recruiting 성공 확률을 가장 높혀주는 기회이다.


나는 현재 뉴욕의 컨설팅펌에서 Summer Internship을 하고 있는데, 본 회사 뉴욕오피스의 공식 MBA 채용 파이프라인은 모든 T15 학교들을 포함한다. 공식 채용 파이프라인이라 하면, 각 학교를 전담하는 Recruiter 가 존재하고, 해당 학교 학생들의 채용 설명회부터 채용 전환까지의 모든 프로세스에 참여하게 된다. 위 학교들은 매년 회사에서 outreach 행사를 공식적으로 진행하며, 다수의 선배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Coffee chat 시 매우 용이하다.


입사 후에는 각 학교별로 모여서 Alumni night 과 같은 행사나, 소규모 그룹으로 모여 점심을 먹는 등 굉장히 활발한 활동들이 이어진다. 한국에서 다녔던 전 직장에서는 특정 대학교 소그룹을 만들었다고 하면 눈총을 사거나 심한 경우엔 제재를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인턴십이 끝난 뒤에는 같은 학교 Alumni가 Full-time offer 를 받는 것을 도와주거나, 받지 못한 경우 타 회사 / Industry에 있는 학교 동기를 소개시켜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많은 동급생들이 LinkedIn을 통해 원하는 직군과 졸업한 학교를 필터 걸어서 "나 OOO 학교 Class of OO 인데, Coffee Chat 한번 가능할까?" 를 수십명에게 개인화해서 보내어 멋진 기회를 얻은 경우가 있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탄탄한 네트워킹' 편을 마치며


미국 MBA에서 네트워킹은 하나의 문화이자 신성한 의무이다.


수많은 선배들의 발자취를 통해 혜택을 받았듯, 다음에 들어올 후배들에게 더욱 크게 베풀어주는 것이 당연한 곳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 줄 알지 못하고, 보통 사람들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그것을 살리지 못하고, 현명한 사람은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을 살릴 줄 안다. (피천득)


네트워킹이라고 하면 너무 계산적인 행위로 생각하지만, 소중한 인연을 만나고 정성스레 가꾸어 나가는 행위라고 살짝 프레임을 바꾸어본다면, 결국 우리 모두가 매일 하고 있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미국 MBA는 이 행위를 더 넓게, 더 깊게, 더 자주, 더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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