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 MBA인가? (#2 선택폭)

현 미국 MBA 재학생에게 듣는 현실적인 경험기

by mignon

국내 MBA도 있고, 유럽/아시아권 MBA도 있는데 굳이 미국 MBA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MBA를 선택하는 이유는 아래 세 가지의 큰 주제로 요약이 될 것이다.


1) 압도적으로 높은 연봉

2) 졸업 후 거주지의 넓은 선택폭

3) 전세계를 아우르는 탄탄한 네트워킹


이번에는 두 번째 주제, ‘졸업 후 거주지의 넓은 선택 폭’을 살펴보자.


지난번 살펴본 ‘왜 미국 MBA인가? (연봉 편)’을 보지 않았다면, 먼저 읽어보고 올 것을 추천한다.



졸업 후 거주지의 넓은 선택폭



MBA를 시작할 때 품었던 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를 겪는다.
목표했던 바를 타협하는 것은 실패가 아닌, MBA 생태계의 불가피한 현실이다.


나도 MBA 입학 후 Career Management Center와 가진 첫 미팅에서 당차게 졸업 후 포부를 밝혔더니, 요새 취업 어려우니 Plan B, Plan C, Plan D까지 고려하라고 겁을 잔뜩 주는 Advisor를 보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난다.


뭐야 예치금 낼 때는 꿈을 이루게 해준다며


해외로 가자


해외로 Pivot하는 방법 중에 MBA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는 것 같다.


지난 편에서 살펴본 Employment Report를 찾아보면 꼭 포함되는 지표 중 하나가 International Students Ratio(%)이다. 미국 T15 학교 기준으로 외국인 비중이 35%가 넘지 않는 학교는 없다. 글로벌 명문 MBA인 INSEAD 같은 경우엔 자교 학생들 중 어떠한 국적도 전체의 10%를 넘지 않는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만큼 MBA를 통해 원하는 대륙, 국가 또는 문화권에서 근무하고 싶은 열의는 비단 한국인만의 것은 아닌 듯하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MBA 졸업 후 학업을 수행한 국가 또는 인접 국가에서 취업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오바마 정권의 미국, 트뤼도 정권의 캐나다, EU의 난민 위기 등을 거쳐 갔던 2010년대는 외국인들에게 경제를 개방하여 활성화하는 세계적 움직임이 있었다.


많은 국가에서 석사 과정 이상을 마친 사람에게 채용 비자를 조금 더 쉽게 제공해 준다든지, 직업을 찾을 시간을 더 할애해 주는 등의 혜택을 주었다. (아래 참고)

미국: OPT 1년 + STEM OPT 2년 연장 옵션, 총 3년의 비자 제공

캐나다: PGWP (Post-Graduation Work Permit), Express Entry System

영국: Tier 1 (Post-Study Work) Visa, Graduate Route Visa

EU: 독일 졸업 후 1.5년, 프랑스 졸업 후 2년 취업 비자

싱가포르: EP (Employment Pass)

호주: Temporary Graduate Visa



변화의 시작


하지만 2020년대에 들어와서는 코로나발 경제 위기와 지나치게 개방적이었던 이민 정책에 대한 반발 등이 겹쳐 외국인의 채용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영국의 전 총리 Rishi Sunak은 비EU계 이민자를 대상으로 Tier 1 Visa와 Graduate Route Visa 활용 기준을 대폭 상향하였고, 캐나다는 International Student Permit을 대폭 감축하였으며, 호주는 비자 발급 조건을 상향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홍콩도 중국 본토향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외국인보다는 중국인 채용 선호가 높아졌다. 미국도 트럼프 2기 정권에는 H1-B 발급 정책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변화와 함께 코로나발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도 큰 영향을 주었다.


코로나 위기 중 역설적으로 과성장을 겪은 회사들이 더 이상 일감이 없어졌거나,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이유로 많은 정리해고가 일어났다.


Big Tech 기업의 대표 격인 Google, Amazon, Meta, Microsoft가 각각 10,000명 이상의 임직원을 해고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컨설팅사도 2023년 Accenture 19,000명, 2023~2024년 Big 4 컨설팅사도 200~1,500명 규모의 정리해고를 선언하였다.


위 Big Tech와 컨설팅사들은 MBA 졸업 이후 가장 인기 있는 취업처인 것을 감안할 때, 대량의 정리해고는 안 그래도 어려워져 가던 신규 MBA 졸업생 채용에 최악의 소식이었다.


위와 같은 악재는 현재 재학생인 나와 동기들에게도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슬픔을 한 숟가락 더 얹자면,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인 MBA 학생 중 대다수는 한국어 외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언어가 영어뿐이다. 이는 졸업 후에 영미권 국가(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아일랜드 등) 또는 영어 친화적인 국가(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스칸디나비아 국가 등)로 취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MBA의 채용 생태계


MBA는 꾸준히 Contingency Plan을 짜야 한다.


졸업 후 너무 긴 공백기를 가지는 것은 좋지 않기에, 3개월 이내 안정적으로 취업하기 위해 차선책을 탐색하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1지망이 되면 너무 좋겠지만, 유사시를 대비하여 2지망, 3지망, 4지망까지 계속 탐색하는 것이 MBA 생태계의 법칙이다.

원하는 도시, 원하는 직군/직무, 원하는 회사

위 세 요소를 모두 잡을 수 있으면 정말 이상적이지만,
때론 한두 개를 희생하여 꼭 원하는 하나를 잡는 것이 채용 전략이 된다는 뜻이다.



미국 내 넓은 선택 폭


미국 MBA들의 Employment Report를 보면 현지 채용이 적게는 75%, 많게는 95% 에 육박한다. 회사 스폰서를 받았거나 가족 경영을 하는 학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간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생은 미국에 잔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어느 학교를 찾아보더라도 학교가 속해있는 주(State) 취업이 당연 제일 많고, 학교가 위치한 지역이 그 다음으로 많고, 그 외 지역을 골고루 나눠 가는 양상이다.


Columbia나 NYU Stern을 예로 들면, 뉴욕 취업이 제일 많고, 그 다음으로는 뉴저지 / 펜실베니아 / 매사추세츠 / DC 등의 동부 지역이 2순위이고, 캘리포니아 / 워싱턴 / 텍사스 / 플로리다 등의 서부 남부 지역이 3순위로 집계된다.


지역을 타협하더라도, 내가 갈 수 있는 회사들은 미국 각지에 많다는 것을 느낀다.


Wall Street 에서 IB를 다니려 온 사람이, 서부 Tech 기업을 가는 경우가 정말 많다.

뉴욕에서 컨설팅하려던 사람이, 뉴저지나 텍사스에서 컨설팅하러 가는 경우도 정말 많다.

서부에서 Tech하려던 사람이 동부에서 LDP 트랙을 타는 경우도 많다.


나처럼 MBA를 선택한 이유 중에 지역이 가장 중요한 사람은 모든 것을 다 포기하더라도 미국에 잔류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3년의 미국 비자(OPT + STEM OPT)를 얹으면 꽤나 안정적인 post-MBA 계획이 되는데, 유럽이나 아시아권 학교들에는 위와 같은 타협의 가능성이 더 낮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Top MBA (LBS, Oxford Said, Cambridge Judge) 의 최근 Employment Report 를 살펴보면 영미권 + 영어 친화적인 국가로 가는 비중이 50% 정도이다. INSEAD의 경우 60% 미만이다. 그 중 특히 눈여겨볼 사항은, 북미권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LBS는 10%, INSEAD는 5%이다. 미국/캐나다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가진 사람들이 귀국한 것을 제외하면, 많은 외국인들이 진출을 했다고 보기에는 큰 무리가 있는 수치이다.


“We can send you to pretty much anywhere in the world but the US”

내가 MBA 지원을 하던 시절에 참석했던 MBA Seoul Fair 에서 INSEAD Adcom이 했던 말이다.


실제로 내가 유럽 MBA 지원을 준비할 때 Networking 했던 졸업생 많은 한국분들이 귀국을 하신 상태였다. 여러 개인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Plan-B의 선택폭이 크게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추측한다.



졸업 후 선택 폭’ 편을 마치며


타협만 하면 100% 미국 잔류를 미국 MBA가 보장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영미권에서 취업하고 미래를 그려볼 확률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은 맞는 것 같다.


"All you need is ONE OFFER, eventually."

Career Management Center에서 힘을 얻으라며 해줬던 위안이다.

결국 딱 1개의 오퍼만 있으면 되는 거라며 타협할 준비를 잔뜩 시키는 것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나의 Plan D까지 고민했을 때 미국을 떠나는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적어도 내 꿈 중 하나는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나의 첫 한 해를 이끌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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