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너만 빼고 다 여행 가
추석 내 공항엔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다녀갔다. 못 간 사람은 나만 빼고 다 여행 간다며 슬퍼했고, 안 간 사람은 일본행 비행기표가 80만원이더라, 하며 하늘보다 더 높은 표값을 이야기했다. 그 사이에서 조용히 웃음 짓는 나같은 사람은, 13만원짜리 비행기표를 흔들며 떠날 날만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이 찾아왔다.
여행을 계획할 땐, 아주 먼 미래의 일인 것처럼 느껴졌는데 벌써 추석이 다 끝나가고 출국장 앞에 앉아있다. 5일 후, 이때를 아득하게 기억하며 입국장에 들어서겠지.
아침부터 엄마는 인천공항행 버스에 올라탔다.
가볍게 다녀오자, 며 엄마는 배낭에 옷가지 몇개만을 챙겼단다. 하지만 난 기억하고 있지. 저번 발리 여행 때도 가볍게 챙겼다며 이민가방을 들고 왔던 엄마를. 하하. 이번엔 좀 다를까.
여행가방은 걱정덩어리라고, 걱정이 많을수록 가방이 커지는 거라고, 열심히 말했는데, 과연 엄마의 걱정은 줄어들었을까. 아니면 또다시, 너가 안 하니 나라도 해야지 하며 걱정을 바리바리 챙겨올까.
또 공항에 오니 엄마 생각이다. 이상하게 비행기를 탈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연인도 친구도 아닌 엄마다. 돌아올 때도 엄마가 해준 밥이나, 엄마 옆 이부자리 같은 걸 떠올린다. 아직도 세상 가장 편한 곳은 엄마 품인가 싶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다행히도 오늘은 엄마 생각을 좀 덜 해도 될 것 같다. 몇 분 후면 눈 앞에 나타날테니.
나고야행 비행기에 올라타기 3시간 전이다.
친구들한텐 너만 빼고 다 일본 가, 했고, 아빠한테도 아빠 빼고 다 일본 가, 했던 여행이 이제 출발선에 섰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한테도 너만 빼고 다 일본 가, 하면 다녀와야지.
일본에서 재밌는 일, 신기한 일. 일상적인 일, 편안한 일 등등을 기록하고 그려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