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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Jan 12. 2018

고양이를 키우면 좋기만 할까?

내 삶에 고양이가 들어오는 순간, 모든 고양이가 내 삶이 됐다

고양이를 키우면 좋다. 분홍색 찰떡같은 발바닥을 만지작거리는 것도 좋고, 언제나 나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애들을 안는 것도 좋고, 싫다는 데 괴롭히는 것도 좋고, 그러다 한 대 맞아도 좋다. 고양이 앞에선 가끔 네발로 걷고, 야옹야옹 거릴만큼 아주 좋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나는 한 마리 키우는 집사들보다 적어도 배로 좋다. 그래서 집사든, 집사가 아니든, 남들 다 있는데 나만 없다고,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의 부러움 섞인 말도 배로 듣는다. 4계절 중 봄, 여름, 가을은 행복하게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 말에 유일하게 대답을 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겨울이다.


내일은 영하 16도, 이런 겨울이 되면 나 같은 집사들은 예민하다. 찬바람 불면 내 손발도 꽁꽁 얼지만, 골목 앞 고양이들 물도 꽁꽁 얼었을까 봐, 꽁꽁 얼어버린 몸에 다시 온기가 찾아오지 않을까 봐, 내 마음도 꽁꽁 얼어붙는다.


고양이를 키우며 좋기만 할까? 아니다. 모든 좋음은 슬픔과 쌍둥이라서, 한쪽만 선택할 순 없는 노릇이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좋지만 또 슬퍼진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 삶에 고양이가 들어오는 순간, 모든 고양이가 내 삶이 됐으니까. 그래서 가끔 사람이 없는 길에서 쪼그려 앉기도 하고, 한참을 멈춰서 있기도 하고, 편의점에 갑자기 뛰어들어가기도 하고, 왜 안 챙겼는지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기도 하고. 미안하다 네 번, 다행이다 두 번. 같은 말을 자꾸 반복하기도 하고. 혼자 울면서 자꾸 뒤돌아보기도 하고. 그렇게 슬픈 겨울을 보내고 있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엔 몰랐던 슬픔이었다. 어머 어떡해, 놀람이 담긴 탄식을 뱉었을 땐 있어도 미안해, 미안해, 하며 울어본 적은 없었다. 집에 있는 고양이들과 조금이라도 닮으면, 더더욱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미안해, 오늘은 사료를 이것밖에 안 챙겨 왔는데, 물그릇이 없는데 어쩌지, 남들 앞에선 하지 않던 혼잣말이 누가 있든 없든 늘어만 갔다.


사람은 따뜻하게 입고 나가라고 말이라도 할 수 있는데, 너희에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어 조용히 담요를 내 방 창문 앞에 내려놓았다. 가끔 창밖에서 울어대던 애들이 꽁꽁 얼지 않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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