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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Feb 24. 2018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

그건 바로 너

네가 선생이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요새 한다. 처음 네가 선생님이라는 꿈을 가졌을 때, 우린 웃었지. 학생이던 시절, 선생님은 그저 꼰대였고, 우릴 괴롭히는 잔소리꾼에 불과했으니까. 그때에 웃는 것 말곤 할 일이 없었다. 너한테 누군가 우리 같은 존재들이 생긴다는 걸 그땐 상상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네가 선생님이 된 지 5년, 나는 널 보며 그간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곤 해. 항상 더 무언갈 해주지 않은 것에 불만 같은 게 있었나, 돌이켜 보기도 해. 선생님이 어떤 사람인지 새삼 다시 깨달아서 그래. 


선생님들은 우리 중 누구 하나 더 대우하는 게 아니라, 덜 대우받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뒤로 후퇴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는 걸.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었다는 걸. 


널 통해 알게 됐으니까. 


처음 네가 선생님이 됐을 때, 아무데서도 너의 고민을 얘기하지 못한다고 했지. 어른이나 돼서 왜 애들 말에 상처받냐는 말이 너를 힘들게 한댔지. 아마 나도 속으로 애들 말인데, 왜 그렇게 심각하게 반응하냐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도시에서 전학 온 아이의 학부모에게, 사투리로 수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너를 죽여버리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학생을 보고 있을 때, 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너의 일이 아이들이 퍼붓는 독설을, 웃으며 소화시켜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고 난 이제까지 널 이해는 할 수 있었을까. 퇴근하는 길, 울며 신나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네 앞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자꾸 학생들이 너를 죽이는 꿈을 꾼다는 네게 건넬 위로 한 조각도 가지지 못한 못난 친구였어.


하지만 넌 포기하지 않았다. 너의 학생들을, 선생님으로서 네가 이루겠다 다짐한 가치를, 너 자신을. 그래서 너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


너를 통해 세상의 모든 선생님을 존경하게 됐다고. 


이 말을 하면, 아마 넌 모든 선생이 그렇진 않아, 하며 뒷말을 흐리겠지. 물론 모든 선생이 그렇진 않겠지. 하지만 너라는 사람으로 인해 모든 선생님을 존경하고 싶어. 그게 너 같지 않은 선생님 때문에 모든 선생님이 욕먹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일이잖아.


존경해 내 친구 선생님. 

네가 선생님이라서 참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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