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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Apr 04. 2018

Nothing, Everything

아무것도 아니며 모든 것이 된 어느 날

타인의 삶 위에 내 삶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는 걸 배우면서, 나 하나의 힘으로 절대 바꿀 수 없는 거대한 흐름 앞에 무기력해졌다. 이미 이렇게 살아와서 어쩔 수 없는 걸. 이미 인간이란 존재는 이게 당연해서 바꿀 수 없는 걸. 그런 말들을 중얼거리며 꾸역꾸역, 삶을 이어 오기도 했다. 

어느 날, 삐쭉 튀어나온 다른 사람들 뒤로 사람들이 줄을 서는 걸 보았다. 아 어쩌면 인간이란 존재는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며 모든 걸 할 수도 있겠구나. 아주 미약한 걸림돌이 되어, 거대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겠구나 싶어졌던 그런 날. 앞으로 나아가자는 기대 없이 옆으로라도 움직이자, 따라가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자, 흘러가기보단 흐르게 하자고 다짐한 순간.

나는 아무것도 아니며 모든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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