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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Apr 05. 2018

능력자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너에게

한쪽 분야에서 귀를 닫지 않고, 눈을 감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며 일하다 보면 운 좋게 좋은 제안을 받을 때가 있다. 유명 회사, 좋은 복지, 괜찮은 연봉.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손짓을 보며 무서워졌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완벽하지 않은데, 허점이 너무나도 많은데, 나의 빈틈에 비해 그 자리는 너무 과한데. 내가 찾은 내 단점들에 걸려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처음 한 두 번은 거절했고, 후에 세네 번은 고민했다. 그리고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을 때 간신히 하겠다는 말을 끄집어내게 되었다. 일을 시작하고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밤 부족한 나를 탓하며 악몽에 시달리고, 매일 아침 안면경련에 흔들리는 눈가를 붙잡고 출근하며, 나는 왜 여전히 이리도 부족한가, 그런 말들을 중얼거리곤 했다. 


퇴근길 버스에서 울며 너에게 전화를 건 날, 부족한 자신이 너무 싫어 한스럽다는 내게 너는 물었다. 


능력 좋다는 말보다 능력 있다는 말을 더 많이 쓰는 이유를 아냐고. 


이 사회는 너무 넓어서, 또 너무 다양해서, 어떤 능력을 더 좋다, 덜 좋다, 판단할 잣대보다 능력의 유무로 사람을 분류하는 공간이라고. 내가 아무리 부인해도, 나는 결국 능력이 있는 사람이고, 지금의 내가 아무리 부족해도, 능력이 없는 사람과는 전혀 다른 거라고. 


그날 밤, 처음으로 나는 악몽을 꾸지 않고 잠에 들었다. 여전히 무서웠지만, 부족한 자신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 무서움을 잊지 않고 현재의 부족함을 채워나가자는 다짐이 생겼다. 관 뚜껑을 닫는 그 순간에도 항상 부족할 거라고 중얼거리며, 그러니 현재보단 덜 부족해지는 사람이 되자고 웅얼거리며.


매일이 고통스러운 우리에게. 능력 있는 나에게, 능력 있는 너에게. 우리는 능력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그저 부족할 뿐. 그래서 나아가면 되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말하며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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