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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Feb 06. 2018

혼자 콘텐츠를 만드는 당신에게

텅 빈 망 위에서 홀로

같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없다는 건, 함께 싸울 전우가 없다는 뜻이다. 내 총알이 다 떨어졌을 때, 내 뒤를 받쳐줄 사람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꾸, 한방에 이길 수 있는 무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크고 화력이 강하고 비싼 그런 무기.

하지만 현실은,
그걸 살 여유가 없다.


대기업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맡다가 홀로 중소기업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담당하게 되면 조급함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만큼 혈혈단신에 콘텐츠 시장에 뛰어드는 건 외로운 일이다. 업무의 부담은 크지만, 그 부담만큼 결과를 도출해내는 건 더욱 어렵다.

얼마나 부담에 짓눌렸는지 그 때 나는 가끔씩 큰 뱀에 쫓기는 악몽을 연달아 꾸었다. 이제껏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항상 재미있는 일이었는데, 이번엔 그 재미를 느낄 새도 없이 스트레스가 밀려 들어왔다. 분명, 재미있을 거라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다 이내 스스로를 토닥였다. 내겐 계획이 있고, 그 계획에 맡게 따라가면 된다고. 어퍼컷을 날리지 않아도 잽잽잽을 날리다 보면 처음엔 유효타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충격이 누적되는 순간이 오게 될 거라고. 원래 결과에 비해 과정은 초라하고 별 볼일 없는 거라고. 지금의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는 걸 하면 된다고.

여럿이 일을 할 땐, 모두의 콘텐츠가 결국 하나의 정체성을 형성했다. 하나에서 일곱이 되고, 일곱에서 하나가 된다는 BTS처럼, 여러 일발성 콘텐츠들이 모여 동일한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지만 혼자 일할 땐 내가 만든 그 하나의 콘텐츠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그래서 한 걸음, 한 걸음이 부담스럽고 살얼음판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부담감에 밀려, 맥락을 잃어버린 채 힘만 센 콘텐츠만 만드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그런 짧은 미래만 내다보는 선택에 의해 얼마나 많은 콘텐츠들이 그동안 길을 잃어왔던가. 그런 그들을 나는 또 얼마나 비웃어왔던가.

그래, 어쩌면 이건 좋은 기회다.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
버거운 무게를 자주 들다 보면 언젠가 이 무게가 가볍게 느껴질 날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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