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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Aug 15. 2018

또 시작이다 MBC에서

MBC 14F 시작기

스브스뉴스 끝나고, SBS NEWS 끝나고 다신 뉴스 안 해야지, 다신 보도국에서 일 안 해야지 다짐하면서 살았다. 세상과 멀리 살아야지, 거리를 둬야지, 하는 혼잣말엔 이유가 있었다. 지쳤기 때문이다. 너 같은 사람은 처음이야, 라는 말에도 지치고, 처음인 브랜드를 시작하는 것도 지치고,  그렇게 온통 시작뿐이다가 지쳐버려서 2년 전에 SBS를 떠났다.


근데 그 후에도 내게 주어지는 일은 모두 시작이었다. 처음으로 대기업과 브랜디드 콘텐츠도 만들어보고, 처음 콘텐츠 마케팅도 해보고, 결국 시작하는 게 나의 일인가 싶을 지점에 이르렀을 때 MBC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가 정말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같이 하지 않으련?


사실 기분이 좀 이상했다. 어렸을 때부터 꼭 가고 싶었던 회사였는데 대학교 때 직격탄 맞는 걸 보고 변해가는 걸 보며 제일 가기 싫던 회사로 전락했다가 좀 회복되는 걸 지켜보자, 생각했던 시기에 너 나의 동료가 돼라, 라니. 아니, 프리랜서니까 엄밀히 말하면 동료는 아닌가? 


그렇게 MBC에 들어온 지 반년이 넘었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저기 떠들어대면서 MBC, MBC!, MBC!! 했을 텐데, 들어오고 나서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조용히 입 다물고 있다가 이제야 이렇게 글을 쓴다. 아니 어쩌면 이제야 좀 뭔가 돌아가는 것 같아서 쓴다.


그래서 요새 뭐하냐면 14F라는 걸 하고 있다.



20대의 감성으로 만든 20대의 뉴스라고 자꾸 캐치프레이즈 붙이던데. 그냥 우리에게 중요한 얘기는 우리가 제일 잘 안다는 게 더 솔직한 표현일 것 같다. 그리고 그건 그저 가볍고 재밌고 유치한 어린애들 소꿉장난 같은 것도 아니고, 각자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삶의 조각이고 살아가는 데 도움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살 수도 없는 강남 부동산 가격을 뉴스로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음. TV뉴스 셀렉하는 사람들은 살 수 있나? 강남 부동산?


아무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과정을 거쳐서, 진짜 말도 안 되긴 했음, 론칭한 지 이제 한 달이 됐다.


어제 만든 아이템


 평소에 구성하는 방식과 전혀 다른 영상이라 출근할 때도 퇴근할 때도 머리 위에 먹구름을 달고 다니는 기분이었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 미약하게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것 같아 다행이다. 


처음 MBC에 들어와 국장님과 이야기했을 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조직이라 우리가 내리는 첫걸음이 정말 중요할 거라는 말을 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너무 가벼우면 무거워지기 어렵고, 너무 무거우면 가벼워지기 어렵다. 물론 중간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혹자는 그러겠지만, 중간으로 시작해 때때로 가볍고 무겁게 나갈 수 있는 힘이 이 큰  MBC엔 있으니까 한번 해보고 싶었다. 물론 그걸 담당하는 사람의 깜냥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아무튼 매일 4개씩 우리에게 중요한 뉴스를 전달하는 데일리 시리즈를 하나 시작했고, 더 깊이감 있고 우리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전달할 다른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SBS에선 잘됐으면 좋겠다, 하는 어린 마음이 있었다면 MBC에선 잘됐으면 좋겠다보다 잘되게 해야겠다는 늙은 책임감이 더 강하다. 실제로 늙어서겠지.


천천히 그리고 무겁게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MBC 14F에서


https://www.facebook.com/MBC14F/

https://www.youtube.com/channel/UCLKuglhGlMmDteQKoniEN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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