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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Sep 18. 2018

아직 부품이 아니야

언젠간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괜찮아

*

어쩌면 나를 부품으로 만들고 있는 건 나 자신인지도 몰라, 새벽과 아침 사이, 밤과 새벽 사이에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예전엔 사회가 나를 부품으로 만들까 봐 걱정이었다면, 요새 나는 부품을 자처할까 봐 머리가 지끈거린다. 물론 여전히 사회는 어떻게든 나를 산산이 부숴 자신의 발톱에, 눈꺼풀에, 머리칼에 붙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동시에 나도 어떻게든 자신을 부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사회의 게스러미에 붙어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

그런 분해과정 속에 선택이 아닌 의무로서의 결혼/출산이 있고, 남들을 따라가는 취업/진학이 있고, 누군가든 어딘가에 정착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혹시 이미 스며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새벽과 아침, 밤과 새벽 사이 몰려와야 하는 잠을 미뤄놓고, 스스로를 전신 거울 앞에 세운다. 발바닥 금부터 갈라진 머리카락의 끝까지 살펴보고 한숨을 내쉰다. 기쁨과 슬픔의 숨이다. 아직 휘기만 했지 부러지진 않는 안도와 후회다.

*

아직은 부품이 아니니까 괜찮아.

언젠간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괜찮아.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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