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조각
어느 순간부터 브런치 글에 달리는 댓글에 답글을 달지 않았다. 아니, 답글을 달지 못했다.
제 남편이, 제 부모님이, 제 아내가 파킨슨 병에 걸렸다며, 아빠의 근황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분들에게 차마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수십 배 빠른 속도로 파킨슨 씨는 아빠의 몸 구석구석 스며들었고, 아빠는 파킨슨 진단을 받은 지 3년 만에 파킨슨 씨와 함께 우리 집의 문지방을 넘어 우리 곁을 떠났다.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아니었다. 나를, 엄마를, 가족을 위로하고 싶었다. 파킨슨 씨를 만났을 때부터 살 부대 끼며 같이 사는 내내 그저 이 또한 언젠가 적어놓으면, 추억이 될 거라는 그런 말을 믿고 싶어 써 내려간 글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20개 넘는 글들을 적어놓고, 브런치가 자꾸 사라진 작가님을 찾는다며 잠금화면에 얼굴을 들이밀 때마다 차마 올리지 못한 채 다시 브런치를 꺼버린다.
아빠의 조각들을 꺼내놓으면, 사라질까 두렵나. 거무튀튀한 마음의 강가에서 사금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정확한 이유를 헤아리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만 갔다.
하지만 써야지. 아빠를 데리고 떠난 파킨슨 씨를 정작 보내주지 못한 내 삶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