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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Nov 17. 2016

너랑 나

인생, 같이 사는 거 아니다

너랑 나, 참 많은 것을 함께 나누며 살아올 때에도, 또 어느 순간 손을 놓고 각자의 길을 걸어갈 때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는 우리가 같은 땅에 발을 딛고 산다는 생각을 했다. 그 바보 같은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었다. 


네게 연락이 온 그날, 나는 163번 버스에 앉아 이리저리 흔들리는 한강을 보고 있었다. 성산대교 위에서 저무는 해를 보기 위해 유리창에 이마를 댄 채, 한참을 가만히 흘러가는지, 멈춰 있는지 모를 한강을 보고 있었다. 부르르 진동과 함께 너에게 문자가 왔을 땐, 성산대교를 절반 정도 지나왔을 때였다.


나 회사에서 나가래. 


열 글자가 채 되지 않는 너의 문자에선 울음소리가 났다. 버스 창가에선 윙윙거리는 바람소리가 났다. 나는 차마 답장을 할 수가 없어, 잠금화면에 떠 있는 네 문자를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창 밖을 쳐다봤다. 한강은 금세 핏빛으로 물들었다. 저렇게 출렁거리며 내가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곳으로 흘러가겠지, 나는 중얼거렸다. 


3일 전, 너랑 나는 마주 앉았다. 고등학교 땐 떨어지는 게 이상했던 우리였는데, 이젠 같이 있는 게 어색했다. 주고받는 대화 내용도, 서로의 삶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온통 낯설다. 더 큰 여행을 위해 비행기 표를 끊었다던 나를 보며 너도 그런 생각을 했을까. 까마득한 기분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너랑 나는 같은 학교에서, 같은 친구들과, 같은 시간을 보냈었는데, 이제는 그것 말고 너랑 나의 세상을 연결할 무언가가 점점 줄어든다. 끊어질 듯 얄팍한 실로 이어진 너와 나의 인생이 이대로라면 정말 끊어져버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눈가에 뜨거운 부끄러움이 일었다. 얼기설기 얽힌 실을 따라 너의 삶이, 나의 삶이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이 그려졌다.


인생, 같이 사는 거 아니다. 


입에 달고 살아온 그 말이, 차갑게 웃으며 했던 그 말이 정작 너의 심장을 파고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나는 정말 어쩔 줄 몰라 고개를 푹 숙였다. 정말 같이 살지 못한 우리가, 우리의 다른 세상이, 그 현실의 무게가 갈비뼈 위로 지긋이 내려앉았다. 너의 문자에선 방문을 잠그고 울고 있을 네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누리고 있던 모든 것들이 불편해졌다.


나의 편안은 너의 불편에 기인한 걸까. 

나의 행복은 너의 불행에 뿌리내린 싹일까. 

내가 웃을 때 너는 울고 있지 않을까.


인생, 같이 사는 거 아니다


그런데 왜 방안에 쪼그린 네가 흐느낄 때마다, 얄팍한 실을 따라 내 세상이 흔들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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