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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저 Feb 16. 2022

프랑스 산부인과에서 출산 후 안 씻고 버텼더니…

#1. 배려하지 않는 태도에 오기가 나서 더 버텼나 봐...


'봉쥬흐 마담 김' 밝고 경쾌한 목소리의 담당 간호사가 내 병실로 들어오면서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뭔가를 끌고 들어왔는데 가만 보니 이동식 세면대? 같은 거였다.

속으로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에 이어 둘째도 역시 하혈로 인해 제왕절개를 한 나는 6일 정도 병원에 머물렀는데 -보통 프랑스에서는 자연분만으로 출산하고 산모와 아기에게 별일 없으면 3일 후에 퇴원함- 첫날은 수술해서 그런지 별말이 없었는데

내가 계속 샤워를 안 하는 것을 눈치챈 간호사는 3일째부터는  샤워했는지를 계속 체크를 하였다.

난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샤워를 못하겠다고 계속 둘러대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자 찝찝하고 몸이 근질근질 느껴졌지만  남편이 해다 주는 스팀타월로 아침저녁 얼굴을 닦는 정도로 견뎠다.

첫째와 달리 이번에는 전신마취가 아닌 부분마취로 수술해서 그런지 몸을 못 가눌 정도는 아니었지만,

첫째 때 한국식? 산후조리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병원에서 수술 후 몸을 좀 가눌 정도가 되자 바로 샤워를 한  나의 무지함으로 출산 후에 허리가 아프거나 삭신? 이 쑤시는 등 산후조리 제대로 못한 여자들이 겪는다는 산후풍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고서야 그 중요성을 알았기에, 이번만큼은 꼭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리라 결심했었다. 한국에 계신 엄마와 시어머니도 통화할 때마다 첫째 때 산후조리 못한 거 둘째 때 잘하면 다 낫는다고 , 이번에는 꼭 조심하라는 말씀들을 하셨기에 난 기필코 이번에는 적어도 일주일 정도라도 손에 물도 안 대고, 머리도 안 감는 등 아무튼 절대 씻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래서 간호사가 물어볼 때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었더니 이날은 드디어 간호사가 나를 몸소 씻길? 작정이었는지 세수라도 하라는 식으로 이동식 세면대를 끌고 온 것이다. 황당하게 쳐다보는 나와 눈이 마주친 간호사는 이번에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기세로 말했다.


'오늘은 일단 아침에는 세수라도 하시고요, 오후에는 꼭 샤워를 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지시예요,

그러니 본인 위생? 건강을 위해서라도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샤워를 하셔야 합니다!'

'아, 네. 네 그거는 잘 알아요, 하지만......' 뭐라 둘러대야 할지 바로 떠오르는 불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간호사는 나가지 않고  내가 세수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또 뭐라고 핑계를 대지?? 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바로 문 앞에서 남편과 첫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구세주가 나타난 듯 나는 남편의 목소리가 너무 반가웠다.

들어오면서 바로 상황 파악을 한 남편은 간호사에게 우리의 산후조리에 대한 것을 설명해 주었다.

남편에게 한국 여자들은 보통 출산 후 일주일 정도는 샤워를 안 하고 보름이나 한 달 정도 산후조리라는 것을 한다는  얘기를 들은 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단 알았다고 하며 나갔다.

그래서 우리는 잘 넘어갔나 싶어 다행이다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잠시 후 웬걸,,, 그녀는 수간호사처럼 보이는 다른 간호사와 함께 다시 병실로 찾아왔다.


그 수간호사로 보이는 여자는 들어오자마자 우리 부부에게 'C'est incroyable!' 믿을 수 없다며 자기는 이런 경우를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하면서 나보고 당장 샤워를 하라고 프랑스 여자의 그 특유의 쌀쌀맞은 표정으로 얘기하는 것이었다.

이에 듣고 있던 남편이 바로 입을 열었다. 평소 욱 하는 성격의 남편이 그런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그냥 듣고 지나칠 리가 없기에 난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이 나 대신 싸워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ㅋ

남편은 언성을 높이는 대신 그 수간호사가 우리에게 했던 것처럼 쌀쌀맞은 표정으로 아주 차근차근 차갑게 설명하였다. 아까 간호사한테 했던 말을 다시 설명하는 남편의 목소리는 조용한 어투였지만 단호했고, 난 속으로 오~ 남편 쫌 멋찜!! 하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아까보다는 좀 누그러진 듯했지만  여전히 비꼬는듯한 말투로

' 아 그래요? 하지만 그건 문화적인 차이와 당신들만의 풍습 아닌가요? 그리고 산모에게 위생상 좋지 않아요! 하고 말했다.

순간 동양인을 얕잡아 보는 듯한 , 또 우리나라의 그런 문화를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말만 들어서는 그런 뜻이 아니지만 말하는 어투나 표정으로 알 수 있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그 말을 듣는 순간 열 받은 나는  나도 모르게

'그건 문화적인 것보다는 physiqument! 신체적인 차이도 있다고욧!!' 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게 문화적인 차이뿐이라면 나도 따를 수 있겠지, 나는 지금 프랑스에 살고 있으니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처럼 말이지.

,,, 하지만 이건 달라,

몸이 안 따라주는 걸 어쩌라구,,, 우리는 너네랑 정말 다르다구!!!

나 정말 두 번 다시 고생하고 싶지 않아,,,

프랑스에서 두 번의 출산을 하면서 여기 여자들은 어찌나 체력들이 좋은지 출산하고 바로 샤워를 하는 건 물론이고 , 앞이 훤히 드러나는 얇은 드레스 같은 거 하나 입고 병실 복도를 누비는가 하면, 그 딱딱한 바게트를 평소처럼 바로 먹을 수 있는 프랑스 여자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하고 회복실에 있다가 병실로 옮기니 바게트와 요구르트, 주스 이런 게 첫 식사로 나와서 황당했던 )

아마 내가 그렇게 아이 낳자마자 바로 바게트를 먹었다면 지금 내 치아는 성한 게 하나도 없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 따라 할 수 있는 걸 따라 해야지, 이미 한 번의 경험으로 몸이 망가지는 것을 경험했으니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티리라...


나의 열 받은 표정을 보고, 도대체 샤워 한번 하라는 것에 왜 이리 진심?으로 버티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하며 수간호사는 결국 한발 물러섰다.

'알았어요, 당신의 생각을 담당의에게 전할게요' 하며 아까 끌고 왔던 이동식 세면대를 다시 가지고 나갔다.

한바탕 난리를 치른 기분으로 나는 힘이 쭈욱 빠졌고,

참,,, 외국에서 산후조리 한번 제대로 하기 힘들다 하고 생각하며, 그 순간 한국이,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날 이후 담당 의사 선생님이나 그 누구도 나에게 더 이상 샤워를 권하지 않았고, 나는 무사히 병원을 퇴원할 수 있었다.

퇴원하기 전 아기와 사진 촬영 - 프랑스 산부인과에서는 퇴원할 때 전문 사진사가 와서 아기앨범을 만들기 위해 사진 촬영을 함. - 을  하던 날,

며칠 동안 머리도 안 감고 , 부스스한 머리에, 온몸은 근질근질.. 

보통 프랑스 엄마들은 이쁘게  화장도 하고 옷도 챙겨 입고 촬영을 하는데, 이런 몰골로 아기와 함께 평생 남을 사진을 찍으려니 좀 민망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지금까지 내 뼈는 튼튼하게 별일 없이 잘 있고~~ 허리도 안 아프고 무릎도 괜찮으니

그때 버티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지금은 십 대가 된 둘째 아이에게 허락?을 받고 올린다.)





#2. 너희와 다르다는 이유로,  오해를 하기 전에 먼저 물어봐 줄래...


지금은 k-pop이나 드라마로 특히 BTS의 인기로 한국의 위상이 이곳 프랑스에서도 많이 올라갔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첫째 아이가 3개월 즈음인가? 열이 나서 집 근처 큰 병원 응급실을 간 적이 있었는데, 열이 나니까 옷이며 기저귀며 모두 벗기라고 해서 벗겼더니,,, 글쎄 헐,,, 아이의 몽고반점을 보고 간호사가 바로 눈을 부릅뜨며

이게 뭐냐고 물으며 우리 부부를 무슨 아동학대범으로 의심했던 웃지 못할 해프닝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무리 한국이 예전보다 잘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우리나라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해  모르는 게 더 많다.

어쩌면 우리가 우리나라에 현재 살고 있는 다른 나라들, 예를 들면 아프리카 국가들이나,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외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큰 관심 없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 많이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다양한 민족이 사는 만큼 남의 문화와 관습에 관대할 것 같아 보이는 프랑스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동양인에 대한 이들의 시각은 좁기만 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 왔으니 우리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밀어붙이기보다는 때로는 너그러운 시선으로 그들이 지키려는 그들만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해 주는 것도 함께 지구촌을 '같이'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샤워하라고 쌀쌀맞게 얘기했던 그 간호사는 그 이후로 어쩌다 한국인 산모를 만나더라도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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