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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저 Sep 26. 2022

출퇴근을 택시로 하는 아프리카 도우미 아주머니

가봉은 아프리카에서 부유한 나라 중에 하나로 석유 및 풍부한 광물과 삼림 등의 자원이 풍부한 나라이다.

가봉에서는 택시가 주요 대중교통 수단이다. 리브르빌 시내에 버스가 구간마다 있지 않아 이용하기 힘들고 지하철은 당연히? 없다.  그래서 낡고, 에어컨도 없는 택시들이 그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것이었다. 처음에 그런 사정을 몰랐던 나는 석유가 나오는 나라라 국민들이 다 살만해서 도우미 분들도 택시를 타고 다닐 정도인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오해를 했었다. 내가 한국을 떠나올 당시만 해도 택시가 저렴한 교통수단은 아니었었고, 몇 년 살았던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도  택시는 고급 교통수단 중에 하나였으므로 인건비가 낮은 아프리카에서 택시로 출퇴근을 한다 하니 다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한 것이었다.

이미지 참조 gabon imfo.

남편 김 차장이 VIP 경호 일을 하게 되어서 가봉 정부가 우리에게 내어준 집에는 대통령 궁에서 나오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한분 배정이 되어있었다. 그곳에서는 도우미와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게 일반화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인건비가 워낙 싸기 때문에 현지인들은 물론 특히 우리 같은 외국인들은 대부분이 가사 도우미나 운전기사를 고용하고 있었다. 그런 일들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가봉 주변 국가에서 돈을 벌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데, 대통령 궁에 소속된 도우미들은 공무원으로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 도우미 아주머니가 매일 같이 지각을 하는 거였다.

정말 매일... 처음엔 30분 그다음 날에는 40분 또 그다음에는 1시간씩,,,

늦는다는 메시지나 전화 등 아예 연락도 없었다.

나라에서 지원해준 인력이기는 하나 나도 급여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일 같이 지각을 하는 그녀의 행동이 어이가 없었다. 왜 이렇게 매일 늦냐고 물어보니 '택시' 잡기가 힘들어서 늦을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너무 황당한 대답에 말이 막혔다. 속으로는  아주머니 월급이 아주 많은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그녀는 정부에서도  급여를 받고 있었다)

그럼 좀 일찍 나오던지 택시를 못 잡으면 버스를 타면 되지 않냐고 물었더니 버스는 자기가 사는 동네에는 노선 조차도 없고 일찍 나와도 모든 사람들이 택시를 잡으려고 하기 때문에 정시에 출근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이미지 참조 gabon info.

그녀는 아침 출근시간은 '전쟁터'라고 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산층들은 자기 소유의 차가 있어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교통수단이 택시밖에 없으니 모두가 출근하고 학교에 등교해야 하는 그 시간은 서로 택시를 잡으려고 난리가 난다고 한다. 같은 방향으로 합승을 해서 가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택시를 못 잡으면 30분이고 40분이고 시간을 길에서 택시 잡는데 보낸다는 이야기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이미지 참조 gabon info.

사진은 출근시간 길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는 사람들 모습이다.

택시 요금은 리브르빌 시내 안이면 보통 500프랑에서 1000 세파 한국돈으로 약 천 원에서 이천 원 정도이다.

우리 같은 외국인에게는 바가지요금을 씌운다. 나도 딱 한번 택시를 탄 적이 있었는데 택시기사가 요구하는 금액이 일반 요금에 두배를 부른 것을 알면서도 오케이 하며 대신 합승은 안 하는 것으로 해서 이용한 적이 있었다.

낮 기온이 34도가 넘는 더위였는데 택시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땀을 엄청 흘렸던 기억이 있다.

시내를 달리는 거의 모든 택시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데 사람들이 그 좁은 택시 안에서 서너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합승을 해서 다니는 모습에 처음에는 정말 와~~ 어떻게 저렇게 타고 다닐 수 있지? 하고 생각했었다.

길에서 택시를 잡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도우미 아주머니의 말이 처음에는 황당했고 이해가 안 갔지만 사간이 지나면서 그럴 수밖에 없는 그들의 상황을 어느정도는 알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 참조 gabon info.

택시 외에 이들의 교통수단이 되는 승합차이다. 많은 승객들을 태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안쪽에 있던 사람이 내려야 할 땐 나중에 탔던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된다. 콩나물시루 같은 분위기에 에어컨 없이 가려면 참 불편할 텐데 택시나 승합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2014년도부터 시작한 미터기와 에어컨이 설치된 택시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내가 떠나오기 전까지 (2018년) 이 택시들을 이용한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었다. 택시를 타기 전 가격 흥정에 익숙한 이들에게 출퇴근이나 학교 등하교 시 늘 도로가 혼잡한 시내에서 미터기대로 요금을 낸 다는 것에 더 많은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리 에어컨이 장착된 택시라 할지라도 말이다.


어쨌든 그날 도우미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가 엄청난 급여를 받고 있어서 출퇴근을 택시로 하나? 했던 나의 오해는 풀렸고 이후에는 출근시간을 조절해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간대를 피해서 일을 시작하도록 해주었다. 그러면 정시에 잘 올 줄 알았는데,,,

이런,,, 그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D


결국 내가 도우미 아주머니의 습관적인 지각에  어느 정도 너그러워지기 시작했,, 아니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에 오면 아프리카 타임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터득한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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