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빵 터지는 불어와 한국어 같은 말 다른 뜻
와~~~ 한국이다!!!
드디어 한국에 왔다~ 너무 오랜만이라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그리웠던 우리나라의 푸르른 하늘을 보니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어엿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한국을 방문하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키위(첫째, 3살)의 손을 잡고 아직 돌이 되기 전인 뭉치는 남편이 유모차에 태워 입국 심사 카운터에 섰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휴가를 보낼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남편 김 차장은 경상도가 고향이라 인천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도착했다.
조용한 친정집과 달리 시댁 분위기는 올 때마다 북적북적하다. 근처에 남편 누님들과 친척들이 함께 사시기 때문에 멀리 프랑스에서 온 막내네를 보러 오시기 때문이다.
시댁에 들어가자마자 서로 부둥켜안고, 안부를 묻고 한바탕 시끌벅적 인사를 나누었다.
큰 형님이 잠시 집에 다녀오신다며 바깥바람 쏘이자며 뭉치를 업고 키위를 함께 데리고 나가셨다.
형님댁은 시댁에서 멀지 않은 바로 맞은편 아파트였다.
그런데 얼마 안 되어서 큰 형님이 키위를 데리고 다시 들어오셨다.
키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있었다.
큰 형님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시며,
야 좀 야 좀 달래 봐라, 야 와 이라노?
엄마도 본체만 체 큰 고모 따라 나갈 땐 언제고 갑자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한채 돌아온 걸 보니
뭔 일인가 싶었다. 큰 형님 말이 아파트 상가에 있는 슈퍼 가서 집에 가서 먹을 까까 사러 가자니까, 그다음부터 엉덩이를 자꾸 뒤로 빼며 안 따라오길래 다시 ' 까까 사러 가자, 까까! 네 까까 안 묵고 싶나?" 하셨단다.
키위는 놀라서 고개만 절레절레,,
노노,,, 나 까까 먹기 시러…
먹기? 싫다는 까까를 고모가 계속 사준다는 말에 결국 키위는 울음을 터트리고, 영문도 모르는 큰 형님은 어쩔 줄 몰라 , 대략 난감… 에 빠지셨는데 , 덩달아 형아 울음소리 들은 뭉치까지 울려고 입을 삐죽삐죽.
ㅋㅋㅋ 아파트 상가 한 복판에서 우리 큰 형님 고생 좀 하셨네… :D
자초지종을 듣고 남편과 나는 웃음이 빵 ㅎㅎㅎㅎ
왜냐면 '까까'는 프랑스에서 '똥, 아기의 응가'를 말한다.
그런데 고모가 자꾸 응가를 사러 슈퍼에 가자고 하니 놀랄 수밖에 :D
까까 Caca는 프랑스에서 어린아이들이 사용하는 말로
우리나라의 과자를 뜻하는 '까까'와 발음이 같으니
아마도 어린 키위는 고모가 자신에게 응가를 사준다고
이해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말하는 '까까'가 프랑스에서는 응가라는 것을 아신 큰 형님과 가족들도 박장대소를 하고, 이 이야기는 아직도 길이길이 남아 한국 갈 때마다 우리는 이 날의 해프닝을 떠올리며 웃음꽃을 피운다.
그때 난 키위에게 '까까'는 한국말로 과자를 뜻한다고
다시 설명해 주었고 이미 3살짜리 아이 머리에
박힌 까까=똥의 이미지는 바꾸기는 힘들었지만,
나중에 큰 고모랑 누나들과 ‘마트’라는 신천지? 를 한 번 다녀온 후부터는 까까 사러 가자~ 까까 먹자~라는 말에 더 이상 놀라지 않고, 오히려 지가 먼저 까까 사러 마트 가자고 졸랐다. 프랑스 슈퍼마켓과는 다른 매력이 넘치는 - 장난감, 먹을 거. 놀거리 등이 많은 -한국의 마트에 빠진 키위는 덕분에 한국어와 불어 사이의 언어장벽을 무사히 넘을 수 있었다.:-)
그녀와 나는 아들 둘만 가진 엄마다. 한국에서 우리 같은 엄마를 '목 메달'이라고 부르던데 :-)
그녀는 국제커플로 불어를 몰라 남편과는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하면서 파리에서 아들 둘을 키우며 외롭게 지내고 있었는데 우연히 다른 지인 소개로 만나 '아들 둘 엄마'라는 공통분모로 우리는 서로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렇게 친구처럼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다 그녀가 프랑스에 살면서 불어로 인해 겪어야 했던 황당한 해프닝을 얘기하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전업주부인 그녀의 하루 일과는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가는 것이었다.
그날도 변함없이 아침을 먹은 후 놀이터에 갔는데
어떤 어린아이가 혼자 놀고 있던 그녀의 큰 아이에게 다가가 한참을 같이 노는 것 같더니 갑자기 그 어린아이가 어디서 났는지 흙을 그녀 아이 옷에 던졌다고 했다.
프랑스 꼬마가 던진 흙은 진흙이 섞여 있는 것으로 그새 아이의 옷은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었고,,,
그녀는 '아우 어떡해 이거, 지지 다 묻었네 , 옷에,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옷 갈아입어야겠다 '
하며 자기 아이에게 흙을 던졌던 그 프랑스 꼬마에게도 '지지 노! 지지 노! 오케이?!' 하면서 팔로 X 모양을 했더니, 그 아이 눈이 휘동 그래 지면서 슬금슬금 뒷걸음치며 자기 엄마 있는 곳으로 냅다 뛰어 가버렸다고 하였다.
지지가 프랑스에서는 남자 어린아이의 중요 부분을 뜻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 그녀는 그때 그 꼬마가 왜 슬금슬금 도망을 갔는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고 한다.
‘내가 어디 상상이나 했겠어? 지지 zizi가 불어로 그 뜻인 줄 ㅎㅎ’
이 이야기를 들은 어떤 한국 엄마는 자기도 놀이터에서 아이한테 '지지'와 '까까'를 남발했다가 거기 있던 프랑스 엄마들한테 눈총 세리머니를 맞은 적이 있다며 다른 한국 엄마들도 아마 비슷한 경험들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우리 키위도 그랬으니 :D
우리가 아이에게 무심코 한국말로 까까와 지지를 얘기할 때 그들의 머릿속에는 똥과 남자아이 거기가 떠오를 테니 , 프랑스에선 조심을 하는 게 좋을 것 같긴 하다.
#3. 그게 좀 어때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으나,,,
이런 경우들이 아이들이 쓰는 말이니 대수롭지 않게 언어 차이에서 오는 단순한 해프닝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리 아이들이 쓰는 유아어이라도 프랑스에서는 생리적 현상으로 인해 나오는 결과물?이나 어린아이의 중요한 신체부위를 뜻하는 단어들이 집이나 개인적인 공간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쉽게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말로 지지와 까까의 뜻을 모르는 그들의 입장에서 그런 단어들을 놀이터라는 공공장소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언어라는 게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이 담겨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쓰이니, 어쨌든 이 나라에서 살아가려면 이들의 언어와 그들만의 문화에서 오는 차이는 넘어서야 할 장벽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