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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노네 Dec 20. 2023

1. 도망친 곳의 낙원

호주에서 살아남기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했던가. 나에게는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외국인 전학생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문화가정이 많지 않은데다 내가 사는 곳은 대도시도 아니었기에 외국인 전학생이 참으로 궁금했다. 그렇게 책에서만 보던 금발에 푸른눈을 가진 소녀를 보았다.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들과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도 한마디 못하면서 말이다. 아마 그때부터 외국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생겼던 것같다.


그렇게 자라 고등학생 때 첫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해외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매 방학마다 해외여행을 다녔다. 대학교 때는 우연히 학교의 지원으로 두 달간 호주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신이 내린 천혜의 자연과 여유로운 호주 사람들의 인품, 근무환경은 굳이 호주에서 나고 자라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인이 한국에 있으면서 어쩔 수 없이 갖는 심리적,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난 일상은 가히 낙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가 갔을 때의 호주는 한여름으로 40도에 육박하는 날씨에도 더운 줄도 모르고 지냈다. 호주의 여름은 해가 매우 길기 때문에 매일 오후 4시 쯤 수업이 끝나면 아직도 중천에 떠있는 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당이나 카페가 4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은 만지 않지만, 하이드 파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한껏 업되는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홈스테이 했던 집
뉴사우스웨일즈 도서관과 코알라
오페라 하우스와 타운홀 시내

아마 나는 그때의 호주가 그리웠던 것 같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동기들의 취업소식이 하나 둘 씩 들려오던 때, 호기롭게 워킹홀리데이를 가겠다고 마음 먹었다. 코로나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 호주가 국경을 개방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즐기기만 했던 호주와는 달리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호주는 달랐다. 익숙한 생활반경을 떠나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렇게 도피성 가득 띤 나의 워킹홀리데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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