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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노네 Dec 28. 2023

2. 이 거지 같은 섬에 두 번씩이나 버려지다니

호주에서 살아남기



초기 정착 비용을 어떻게 서든 아끼려고 싱가포르에서 8시간을 경유했다.

장거리 비행에 잠깐 휴식을 위해 2~4시간 정도 경유하는 건 오히려 피로도 풀고 재충전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지만 그 이상은 돈 아끼려다 되려 몸만 상하는 꼴이라는 걸 깨달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임시숙소에 도착하여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임시숙소를 5일 정도 예약했었지만 함께 방을 쓰는 애가 영 이상해서 아득바득 방을 찾아 헤맸다.

운 좋게 이틀 만에 시티에 있는 아파트를 구했다!


외국에서는 집값이 워낙 비싸서 여러 명이서 한 집에 나누어 사는 쉐어하우스형태의 렌트가 흔하다.

나는 적당한 크기의 세컨룸을 주 280불에 계약했다. 내가 구한 집은 나포함 세 명이 함께 살고 한 명은 마스터룸을 써서 나와 다른 사람 한 명이 같이 화장실을 쓰는 구조다. 아마 시드니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시티에서 이 정도 컨디션의 방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호주 렌트 tmi


여러 렌트 사이트에서 집주인과 연락을 취해 인스펙션을 잡고, 인스펙션을 한 후에 마음에 들면 디파짓을 내고 계약을 하면 된다. 수요와 공급이 1대 1로 떨어지면 좋겠지만,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으면 날짜를 정해 인스펙션을 할 수도 있다. 필자는 이 황금 같은 집을 떠나고 집을 새로 구하는데 애를 먹었는데, 추후에 나올 테지만 정말 쓰레기 같은 방을 160명이서 투어식으로 인스펙션을 한 적도 있다...

아마 호주가 코로나 이후로 국경을 개방하면서 점점 워홀러들이 유입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안방처럼 화장실 딸린 방을 마스터룸이라고 하는데 혼자서 방과 화장실을 단독으로 쓸 수 있는 만큼 가장 비싼 방이다. 1인 1방 쉐어라면 참 좋겠지만 시티의 경우 집주인이 최대의 효율을 내야 하기 때문에 쉐어하우스 내에서 룸도 쉐어로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마스터룸의 경우 4인까지 쉐어하는 곳을 봤다...


내 방처럼 마스터룸 다음으로 작은 방을 세컨룸이라고 한다. 보통 2-3인 정도 다른 세컨룸에 사는 사람과 거실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게 된다. 세컨룸도 때에 따라 방에 2인까지 쉐어를 돌리는 경우를 봤다.


썬룸이나 리빙룸, 스터디룸 쉐어도 있는데 가격이 매우 싸다.

그러나 가격을 보고 혹해서 인스펙션을 잡지는 않도록 하자. 썬룸은 베란다를 쉐어하는 것이고 리빙룸은 거실에 천막을 쳐놓고 방처럼 쓰는 것이다. 겨울에 춥고 여름에는 더운 베란다에서 사는 것이 괜찮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얼핏 듣기로는 돈 벌러 온 투잡, 쓰리잡, 혹은 건설잡 워홀러들이 잠만 자기 위한 곳을 찾는데에 주로 계약을 한다고 들었다.

특히 리빙룸쉐어가 있는 집은 마스터룸이나 세컨룸이더라도 피하는 게 좋다. 생각보다 거실에 누군가 있다는 게 불편함이 크다. 스터디룸은 방에 작은 서재나 창고를 쉐어하는 것인데 서재면 나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말이 서재지 그냥 창문 하나 없는 창고에 책상과 침대를 가져다 두고 쉐어하는 것이다. 이해가 잘 안 간다면 해리포터에 해리가 사는 방을 떠올리면 쉽다. (계단 밑에 있는 구조까지는 아니지만)


또,  백호주의가 출발한 나라답게 국적별로 렌트값을 다르게 받거나 특정 나라출신의 외국인은 받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들었다.





아무튼 집도 구했겠다 잡만 해결하면 된다.

졸업 후 바로 사회생활에 뛰어들고 싶지 않아 도피성으로 호주에 왔다. 사실 대부분의 워홀러들이 카페잡이나 한인잡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해도 남들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 전공 관련 직종으로 알아보게 되었다. 다행히 유치원과 파트타임 한국어강사 모두 합격했다.

 


집과 잡이 모두 해결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셀레나를 만나러 갔다.

셀레나는 내가 호주에 워크숍으로 왔을 때부터 알던 친구다. 펜팔친구였다가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멀리 떨어져 있던 시간도 견뎌낸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내 호주 생활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의지했던 친구다.


이 카페는 신기하게 케이크를 조각이 아닌 그람수로 판매한다. 케익 종류와 원하는 양을 이야기하면 그만큼 잘라 무게를 확인한 뒤 서빙하는 식이다. 베스킨라빈스 케이크버전인 셈이다.

왼쪽은 굴뚝빵. 헝가리 국민 간식인데 시드니 명물이다. (개인적 의견입니다*)


참고로 시드니의 카페와 식당을 포함한 대부분의 상점이 4시를 기점으로 문을 닫기 시작하는데, 이 카페와 한인식당만 오후 늦게까지 오픈해서 저녁만 되면 이 카페에 손님이 넘쳐난다 ㅋㅋㅋㅋㅋ

친구들끼리 놀 때도 저녁에 갈 곳이 없으면 한인식당을 갈 정도...


아 그리고 호주의 카페나 식당은 한국과 다르게 손님이 직접 음료를 가지러 가는 경우도, 치우는 경우도 없다.

모든 것은 서버가 알아서 해준다!




막걸리가 먹고 싶다는 셀레나를 위해 파전에 막걸리로 나의 환영식을 대신했다.

현지에 친구가 있다는 건 참 다행인 것 같다. 뭔가 이점을 얻으려 친구를 사귀는 건 아니지만 적응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준다. 사실 자신감 있게 호주로 떠난 것과는 달리 말로 표현하지 못할 두려움과 걱정이 마음 한편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었다. 새벽에도 몇 번씩 깰 정도였다. 그러나 셀레나를 만난 이후로 조금씩 안정을 찾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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