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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노네 Jan 03. 2024

3. 노멀한 일상

호주에서 살아남기



다음 주부터 출근하게 될 학교 미팅에 가던 중 발견한 귀여운 푯말이다.

한국어 모국어 사용자라는 점과 교육이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유아교육전공도 교육학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파트타임으로 한인2-3세 교포자녀들과 약간의 호주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됐다. 내가 맡은 반은 한국어 8개 학급 중 밑에서 세 번째 학급으로 초급반 학생들이다.



호주 학교에는 새도 날아다닌다. 참 예쁘게도 생겼다.

호주는 혼자 뚝 떨어져 있어서 그런가 다양한 자연경관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서식하는 동식물들도 독특하다. 대자연이야말로 호주가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호주에 오면 Tax File Number라고 하는 것을 꼭 신청해야 한다.

일종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으로 호주 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고유번호다.

근데 이 번호는 온라인이 아닌 우편으로 직접 수령하게 된다^^;;

최대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정말 일주일 꽉 채워서 온 거에 충격 먹었다.

한국이라면 보통 '최대 일주일'이라고 하지만 진짜 일주일을 걸려서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빠른 일처리가 가능한 것은 누군가 피땀 흘려 일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택배나 일처리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느린 게 아니라면 딱히 불평불만을 하지는 않게 됐다.

 

하버브릿지


내가 새삼 호주에 있다고 느끼게 해 준 것들 중 하나다. 하버브릿지 위를 올라 건너는 액티비티가 있는데, 다리를 자세히 보면 개미처럼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나 호주에 살면서 이 근방에 온 경우가 몇 번 없는 것 같다. 한국에 살면서 남산타워를 매일 같이 가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랄까.

지나칠 때마다 항상 나는 더 이상 투어리스트가 아니야!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모닝커피 한 잔의 여유.

외국에서는 아이의 초상권이나 인권에 있어 훨씬 더 엄격한 편이라 사진 하나도 조심조심 찍게 된다.

외국 아이들의 눈동자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괜히 중세시대 아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절, 성인의 미니어처 같은 사이즈의 신체와 천사 같은 얼굴을 한 아이들이 악마로 여겨졌는지 알 것 같았다.



얼마 근무하지도 않았는데 방학이 찾아왔다.

호주 학교 시스템은 우리나라처럼 1학기와 2학기로 나누어져 여름방학, 겨울방학이 있는 게 아니라 10주 나가고 2주 쉬는 방식이다. 연말에는 조금 더 긴 방학을 갖는다. 그래서 총 4학기가 된다.

아무튼 적응하랴 수업준비하랴 바쁜 와중에 조금 단비 같은 소식이다.



이스터데이를 맞아 유치원에서 이스터에그 버켓 만들기 활동을 했다.

원래 달걀을 숨겨놓고 찾는 관습이 있다고 해서 우리는 달걀 대신 달걀모양 초콜릿을 바깥놀이 공간에 숨겨두고 찾도록 했다. 기독교가 서구권 국가에서는 꽤 큰 의미를 지니는 듯하다. 주말에는 이스터쇼를 관람하러 갔다. 시티에서 조금 떨어진 올림픽파크에서 개최되는데, 시드니 사는 호주인이라면 매년 이 이스터쇼를 기대한다고 한다.


근데 놀랍게도 티켓 매진이라 더 이상 입장이 불가하다고 한다. 저때가 겨우 낮 한시쯤이었는데 말이다. 이게 약간 무슨 뜻이냐면 동네 야시장에 티켓이 다 나가서 못 들어간다는 느낌이랄까. 내가 너무 무던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호주를 비롯한 많은 서구권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명성만큼 발전되어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물론 선진국과 기술발전이 꼭 비례해야 하는 것도, 기술의 발전이 꼭 좋은 부분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앞선 택스파일넘버가 우편으로 오는 것도, 티켓이 소진되어 입장할 수 없다는 것도 나에겐 조금 의아한 일이긴 했다^^..



주말에는 White rabbit이라는 전시회에 갔다.

역시 셀레가 데려간 곳이다. 주기적으로 전시 타이틀을 교체한다고 한다.

여러 가지 캐릭터를 모아 놓은 작품이 있었는데 피카추, 파이리, 슈퍼마리오를 단 번에 알아보는 나를 보고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했다 ㅋㅋㅋㅋ 셀레나는 나보다 4살 많은 언니다.



저녁에는 치킨과 떡꼬치를 포장해서 먹었다. 저 초록병은 과라나라고 하는 브라질 국민 음료인데 셀레나가 브라질 사람이라 추천해 주어서 샀다. 왠지 익숙한 맛인데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한창 화제였던 파친코를 봤는데, 아무래도 영어로 볼라니 조금 토할뻔했다^^;


꽤 좋은 조건에 시티 내에 있는 집을 구했고 대부분의 워홀러들의 난제인 잡도 수월하게 구했다. 심지어 현지에 사는 친구까지 있던 터라 비교적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워홀 라이프를 꾸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언제 이 안정적인 일상이 내동댕이 쳐질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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